한국일보

‘목회자의 공공성’

2012-11-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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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허리케인 ‘샌디’가 지나간 지 한 달이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다. 정전이 된 채 복구가 안 되니 집을 비우고 친구 집 신세를 지는 사람도 있다. 해변 가, 혹은 강가에 살던 많은 사람들은 집이 파손돼 시와 정부가 마련한 셀터의 도움을 받는 사람도 있다. 상점이 물에 침수돼 가게를 송두리째 날려 버린 사람들도 많다.

이렇듯 피해 복구가 늦어지니 피해당한 시민들의 삶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이런 때 일수록 서로 돕고 지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한 것 같다. 특히 한인 교인들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당하여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일부 교계 목회자들은 골프를 치며 즐기고들 있다니 어찌된 일인지 알 수 없다. 좀 자중해야 되지 않을까.


골프도 운동 중 하나다. 운동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목회로 인해 스트레스 받는 것을 골프를 통해 날려 버리는 것은 그만큼 정신건강에 이롭다. 또 걸어 다니며 골프를 치면 육적인 건강에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 사실 미국에서의 골프는 사치가 아니다. 누구나 치는 게 골프이며 대중운동이다. 그러나 때가 있다. 가려서 해야 한다.
언제부턴가 교회와 목회자들이 골프대회를 통해 선교기금을 모금해 오는 것을 본다. 십시일반으로 조금씩 모아 선교를 위해 사용하는 것은 보기에도 좋다. 일반 다른 단체의 골프대회와 마찬가지로 유익한 모임이다. 이렇게 특별한 목적을 갖고 1년에 한두 번 모여 골프를 치며 기금을 마련하는 것은 좋다. 누가 뭐라 그럴 사람 없다.

성경엔 때에 대해 잘 말해 주는 구절이 있다. 구약 전도서 3장이다. 목사들이 때를 내용으로 하여 설교할 때 많이 사용한다.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목사들이 때를 감지하지 못하여 경솔히 행동하면 어떻게 그들을 지도자라 부를 수 있을까. 몇 년 전 한국에서 큰 홍수가 나 피해지역 복구가 한창일 때다. 바로 피해지역 옆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고위 부유층들의 라운딩 모습이, 언론사 헬기에서 찍힌 사진이 신문에 나 시민들의 분노를 산 적이 있다. 아무 때나 골프를 치는 게 아니다.

“목회자의 윤리 의식이 둔화되면 바로 그 때부터 교회성장도 둔화 된다. 목회자 윤리의식의 타락이야말로 종교개혁의 한 과제”란 지적도 나온다. 목회자들 윤리의식의 결여를 경고하는 말이다. 목회자들 윤리의식의 중요성은 두 번 말하면 잔소리다. 목회자, 윤리의식이 투철해야 한다. 보기에 안 좋은 행동 같으면 삼가야 하지 않을까.
시카고 윌로우크릭교회의 빌 하이벨스 목사는 “목사의 윤리적 목회의 실천이야말로 사탄의 공격을 초기에 차단하는 것”이라 말한다. 병이 약자에게 많이 나타나듯 사탄의 역사도 윤리적으로 약한 목사와 교회에 많이 나타난다. 목사와 교회들이 모든 사람들이 본이 되어야 하는 윤리적 실천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는 결과일 수 있다.

지난 10월18일 서울 아현감리교회에서 굿미션네트워크와 목회사회학연구소 공동주관의 국제심포지엄이 있었다. 독일 뮌스터대학 칼 빌헬름 교수는 ‘목사와 공공성’이란 주제로 “비록 목사도 일반 성도와 같지만,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연약한 존재이지만, 영적인 능력과 윤리적인 목사의 상은 모범적이고, 또 그렇게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목사의 개인적인 삶의 처신이 윤리비판의 공공성의 시선이 되기 때문에 아무리 개인적인 삶이 있어도 사회적 책무와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며 “목사에게 일어나는 문제들을 개인화시키는 것은 공동체라는 교회의 부르심을 무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맞다. 목회자는 교회공동체와 맞물려 나아가는 톱니바퀴와 같다.

‘샌디’의 영향은 계속된 전망이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는데 오도 갈데없이 집을 잃어버린 사람들. 전기가 없어 떨고 있을 한인교인들도 있을 거다. 주위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한인 피해자들의 보상 문제,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그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도와주는 목사들이 대부분인줄 안다. 골프, 칠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다. 목회자의 공공성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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