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인의식

2012-11-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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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목사)

고려대학교 정문 앞 설성반점에 ‘번개’라는 별명을 가진 배달 청년이 있다. 이 청년의 담당 구역은 고대 교수회관이다. 이 청년이 자장면을 얼마나 빨리 배달하는지 모든 교수들과 학생들이 그를 볼 때 마다 ”야, 번개다!“라고 불렀다.
번개가 고대인들에게 전폭적인 사랑과 인정을 받게 된 이유가 배달만 빠르게 잘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특별한 주인의식 때문이다. 그가 하루는 자장면을 교수회관에 배달하면서 특이한 사실을 발견했다.

급하게 주문 받은 자장면을 가지고 아무리 쏜살같이 달려가도 대부분이 바쁘다는 이유로 “거기 놓고 가세요.”라고 대답하고는 20-30분이 지난 후에야 먹기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자장면은 아무리 요리를 잘해도 20-30분이 지나면 떡같이 서로 엉겨 붙어서 제 맛이 사라진다. 그래서 번개 청년은 한 가지 기발한 아이디어를 찾아냈다. 배달 갔을 때 “거기 그냥 놓고 가세요.” 라고 말하면 그냥 돌아오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자장면 그릇을 꺼내 전부 비벼 놓는다. 막 비벼 논 자장면 냄새가 어떤가. 온 방안을 진동을 한다. 미각을 자극하여 몸을 끌어당긴다.


“교수님, 조교님, 자장면이 잘 비벼졌습니다. 불어서 떡이 되기 전에 어서 와서 드십시오.”라고 소리친다. 그러면 일하던 손을 멈추고 모두 달려와 자장면을 먹으면서 “역시 자장면은 설성반점이 최고야.”라고 칭찬이 쏟아진다. 주인의식에서 나온 결과다.
맥도날드의 종업원 근무 규칙에 보면 1만 5,000항목의 메뉴얼이 있다. 손님이 오면 인사하는 법부터 시작해서 주문을 받는 법, 손님의 질문에 대답하는 법, 불평불만을 듣고 해결하는 법 등이 총망라 되어있다. 그러나 이렇게 상세한 메뉴얼이 무용지물이 될 때가 있다. 메뉴얼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다.

어떤 맥도날드 상점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빠와 엄마와 함께 햄버거를 먹고 나가던 아이가 “Hi!”하고 종업원을 향해 손을 흔들며 웃었다. 그때 종업원은 무뚝뚝하게 바라볼 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메뉴얼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메뉴얼이라 할지라도 의외성을 가지고 일어나는 돌발적인 일까지 모두 기재할 수는 없다. 그것은 전적으로 종업원의 주인의식에 달린 문제이다.

주인의식이 결여된 종업원은 메뉴얼에 적혀있는 범위를 벗어나서 생각하지 않는다. 자발적인 헌신과 노력이 없다. 하지만 주인의식이 투철한 종업원이라면 메뉴얼과는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여 손님을 맞이한다. 메뉴얼을 뛰어넘어 창의적인 자세로 일한다.

성경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주인의식을 가르치고 있다. 출애굽의 사건이 한 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이끌어 낸 것은 더 이상 남에게 끌려 다니는 노예근성으로 살지 말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라고 이끌어 낸 것이다. 잊지 말라. 날마다 기적이 일어나도 안의 의식이 노예이면 그 인생은 노예로 끝이 난다.
당신은 리더인가. 남이 따라올 수 없는 탁월한 ‘주인의식’을 길러라.

마이크로소프트를 세계적 기업으로 일으킨 빌 게이츠는 신입 사원에게 늘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여기서 일할 때 월급쟁이 의식을 가지면 실패합니다. 그러나 이 회사가 내 것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지면 어디서나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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