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수 감사절

2012-11-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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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 (아동문학가 / 목사)

1620년 12월26일 풀리머스(Plymouth) 해변에서 감사와 기쁨의 대합창이 울려 퍼졌다.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아메리카에 막 도착한 146명의 청교도들이 외치는 환희의 찬가였다. 그들은 평탄한 중에 감사한 것이 아니다. 180톤의 작은 배였지만 평균 시속 2마일의 늦은 속도로 117일 동안 풍파와 싸우며 계속 항해할 수 있었던 것을 감사하였다.

항해 중 두 사람이 죽었으나 한 아기가 태어났음을 감사하였다. 폭풍을 만나 큰 돛대가 부러졌으나 파선되지 않았음을 감사하였다. 산더미 같은 파도에 휩쓸려 여자들이 바다에 밀려들어갔던 사건이 두 번 있었지만 모두가 무사히 구출되었음을 감사하였다.


사실 아메리카에 도착한 것은 한 달 전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인디언들의 반대로 상륙하지 못하고 있다가 한 달 뒤에라도 상륙지점 플리머스를 발견할 수 있었음을 감사하였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최고의 감사는 고통스러운 3개월의 항해 중 단 한 명도 돌아가자는 사람이 없이, 146명 전원이 죽더라도 전지하자고 주장한 그 믿음과 용기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렸던 것이다.
플리머스에 청교도들이 도착한 후 3년을 지내고 매사추세츠 주 지사 윌리엄 브래드퍼드(William Bradford)씨는 감사절 지킬 것을 선포하였다. “높으신 하나님께서 금년에 풍부한 수확을 주셨다. 인디언의 도움을 받아 옥수수와 밀, 콩과 호박, 여러 가지 채소를 심게 해 주셨고 잘 자라나게 하셨다.

숲에서 사냥을 할 수 있고, 바다에서는 생선과 조개들을 넉넉히 거둘 수 있도록 축복해 주셨다. 야만인의 습격에서 보호해 주시며, 여러 질병에서 우리를 지켜 주셨다. 그 무엇보다도 우리는 양심을 따라 자유롭게 하나님께 예배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모든 순례자들(Pilgrims)에게 선포한다. 주후 1623년 11월 19일 목요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어른 아이들이 모두 모여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이 모든 축복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예배를 드려라.”

미국의 개척은 감사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들 ‘건국의 조상들’(Founding Fathers)이 감사의 예배를 드릴 때 그들은 아직 황무지 벌판에 서있었다.
풍부해서 드린 감사가 아니라 황무지에 씨를 심었을 때 열매를 주신 하나님, 겨울에 심한 추위와 싸웠으나 오막살이집을 주신 하나님, 괴롭히는 원주민도 많았으나 낯선 외국인들에게 농사법을 가르쳐주는 착한 인디언을 만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렸던 것이다.

불평하는 눈으로 세상을 보면 불평거리가 수두룩하나 감사하는 눈으로 주변을 보면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이다. 수도꼭지만 틀면 맑은 물이 쏟아지고, 다듬이도 다림질도 필요없는 옷들, 리모콘만 누르면 난방 냉방이 되고, 마이크로 오븐, 세탁기와 드라이어, 텔레비전, 자동차, 냉장고, 전기 가스 등은 우리 할아버지 때만 해도 구경도 못한 편리한 생활 속에 산다. 다이어트에 신경을 써야 하고 누구의 규제도 안 받고 자유롭게 교회에 나갈 수 있지 않은가!

우리가 구원이라고 부르는 것은 하나님의 용서하시는 사랑을 말하며, 행복이라 부르는 것은 하나님의 격려하시는 사랑을 말하고, 영원이라 부르는 것은 하나님의 끝없는 사랑을 말하며, 천국이라 부르는 것은 하나님의 보상하시는 사랑을 말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 속에서 24시간을 살아간다.

감사는 가장 높은 덕일 뿐만이 아니라 모든 덕의 모체라고 할 수 있다. 선행도 효도도 신앙도 감사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주신 음식을 감사해야 배고픈 사람을 알고, 건강을 감사해야 병든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자유를 감사할 줄 알아야 억압 속에 사는 사람을 동정할 수 있다. 그래서 감사는 관심으로 이어지며 관심은 섬김으로 이어지고 섬김은 복지로 이어진다. 복지는 제도에 앞서 내 마음의 감사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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