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진, 앞으로!””

2012-11-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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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치열했던 미 대선이 끝났다. 현직 대통령 오바마가 롬니를 제치고 앞으로 4년간 미국을 이끌어나갈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번 대선 중 롬니의 슬로건 중 하나는 ‘미국에 대한 믿음(Believe in America!)’이었고 오바마는 ‘앞으로(Forward!)’였다. 믿음을 강조한 롬니에 대해 미국시민들이 그를 믿지 못해 그가 떨어졌나 보다.

반면 4년 더 앞으로, 전진을 택한 오바마에 대해 미국 시민들은 지난 4년간의 그가 더 믿음직스러워 그에게 표를 얹어 주었나 보다. 컴퓨터에 보면 forward란 단어가 나온다. “누구누구 앞으로”란 뜻이다. 자기에게 들어온 자료를 다른 사람에게 보낼 때 사용한다. 이 단어가 오바마를 당선시키는 키 워드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롬니가 패배한 이유는 많겠지만 그 중 하나엔 저소득층을 무시한 것이 들어 있다고 분석들 한다. 미국에서의 저소득층이란 흑인계, 라틴계, 히스패닉계, 아시안계 등의 사람들이다. 한 마디로 유색인들이다. 그들의 소득은 소득이랄 것도 없다. 미국의 1%가 미 국민 전 소득의 90%이상의 소득보다 더 많다. 그들 1%는 거의가 백인들이다.

롬니의 패배원인은 오바마의 승리 원인이 되기도 한다. 롬니 패배원인 중 또 하나는 여심(女心)을 사로잡지 못한 데에도 있다. 롬니가 남성우월론자인 섹시스트는 아니더라도 그가 여성들에게 어필하지 못한 것만은 사실이다. 오바마는 유색인 표와 여성들 표를 많이 얻었다. 반대로 롬니는 백인들 표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하늘의 도움도 무시하지 못한다. 대선을 앞두고 불어 닥친 허리케인 ‘샌디’는 현직 대통령으로 있는 오바마에게 크나큰 도우미 역할을 했다. 헬리콥터를 타고 피해당한 지역에 직접 찾아가 피해자들을 안아주고 위로한 것이 언론과 방송을 타고 나가자 사람들은 환영했고 무소속이던 뉴욕시장 블룸버그마저 그를 지지한다고 성명했다.

오바마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있다. 저소득층을 위로하는데 한 몫을 담당한 말이다. “부자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이다. 이 말 자체에는 아주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그 의미 중 하나가 경제민주화이다. 한국대선에서도 정책으로 내놓고 있는 경제민주화가 추구하는 의미 중 하나는 다 같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에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서구사회 나라들이 사회적으로는 민주화의 길을 가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유재산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민주주의 나라에선 빈부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노력한대로 얻는다는 미국이라도 돈이 돈을 버는 마당이니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의 골은 더 깊어만 지고 있다.

오바마가 강조한데로 부자들이 세금을 얼마나 더 내야 소득 분배가 될 수 있고 그 분배를 통해 경제민주화가 될 수 있을까. 가능성은 희박하다. 허나, 빈부 차이를 극복해 보자는 오바마의 의도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음은 사실이다. 부자들을 겨냥하여 한 오바마의 말은 롬니가 가장 싫어한 말 중 하나였을 것 같다.

투표 전, “롬니는 큰 부자이니 서민들의 아픔을 잘 모를거야!” 많은 사람들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었다. 롬니는 떨어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오바마가 저소득층과 소수계, 여성들이 밀어준대로 서민들을 도와줄 그런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부자를 내몰아서도 안 된다. 그들도 끌어안아 모두가 더불어 사는 나라가 되도록 해야 한다.

한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대선도 미 대선에서처럼 여성들, 저소득층들의 표심을 껴안을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인지 후보들 마다 여심(女心)잡기에 분주하다. 또 젊은 층을 포함한 저소득층 잡기에도 분주하다. 진정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지켜 줄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지기를 고대해 본다.

미국이란 나라는 미래에 소망을 두고 앞으로 나아가는 나라다. ‘샌디’로 고난과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설상가상 눈까지 덮쳤다. 그들의 아픔을 누가 위로해줄 수 있을까. 이웃들이다. 머지않은 미래, 그들의 아픔과 눈물이 씻겨 질 날이 올 게다. 4년 전 민주당사령탑 오바마는 ‘변화(Change!)’로 공화당을 눌렀다. 지금은 ‘Forward!’다. “앞으로, 전진!”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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