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허리케인‘샌디’가 던지는 메시지

2012-11-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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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자(의사)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는 미 동부 미국인들의 삶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주유소에서 기름통을 들고 줄지어 서있는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기름이 바닥난 차량에 개솔린을 채우려는 사람들은 마치 수혈을 받으려는 빈사상태의 환자들 같다. 기름은 이제 현대인의 생존을 이어가는 혈액이 되어버린 것이다.

1930년대 증권거래소 주식이 폭락하면서 허리케인처럼 미국의 경제를 강타해 초토화 시켰다. 이때 빵 배급을 받으려고 줄지어 서있던 꿈틀거리는 뱀처럼 긴 행렬을 빵 배급라인(Bread line)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굶주림으로 깡마르고 눈이 푹 꺼진 실업자들이었다. 존 스타인벡의 원작소설의 흑백영화 ‘분노의 포도’는 실업자들의 좌절감과 박탈감으로 인한 분노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허리케인 강타 후 주유소에서 기름통을 손에 쥐고 기름을 구하려는 긴 행렬은 마치 1930년대 대공황의 긴 ‘빵 배급’의 풍경을 다시 연출하고 있지 않은가? 내 집에서 드라이브로 10분 거리에 있는 스태튼 아일랜드의 해변에 펼쳐져 있는 해안을 따라 2,5마일의 길이로 길게 뻗어있는 보드워크 산책로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의 프로젝트였다.

무서운 기세로 밀어닥친 이번 허리케인 해일로 주변의 집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집은 물에 잠기고 물위로 떠다니는 가구와 잔해들, 집을 잃고 공포에 떨고 있는 이재민들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린다. 기후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대기와 바다의 평균 온도 상승으로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허리케인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떤 기상과학자들은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지닌 허리케인 샌디는 자연현상일 뿐 지구온난화 현상이라고 결론지을 수 없다고 한다. 헷갈리는 논쟁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경제개발로, 자연생태계 파괴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지구온난화를 초래하고 기상이변의 재앙을 불러온다는 친환경운동가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대기오염의 주범은 산업폐기물로 인한 유해가스와 자동차 개스 등이다.

내 집 앞마당에 어른의 팔로 한 아름 되는 고목이 이번 태풍으로 쓰러져 길을 막고 있다. 고목나무를 오르고 내리던 다람쥐, 나뭇가지에서 지저귀던 새들도 사라지고 나의 삶의 한 부분도 잘려나간 것 같다. 세계의 경제와 문화의 심장부인 맨하탄 섬의 주인은 허드슨강 어귀에 살고 있던 인디언 원주민이 주인이었다. 인디언 원주민들은 1624년 해양 강국인 네덜란드인들에게 24달러(60길더)를 값에 해당하는 장신구를 받고 헐값에 맨하탄 섬을 팔아넘긴다. 불과 150년 전, 인디언 원주민들이 땅을 빼앗기고 보호구역으로 갇히기 전에 스쿼미시 부족의 시애틀 추장은 당시 미국 프랭클린 피어스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을 다시 읽어본다.

“사람은 인생의 직물을 짜는 것이 아니라 다만 한 가닥의 실일 뿐이다. 갓난아기가 어머니의 심장 고동소리를 사랑하듯 우리는 대지를 사랑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땅을 팔면 우리처럼 대지를 사랑해 주라. 우리처럼 대지를 돌봐주어라. 우리는 땅의 일부이고 당신들도 또한 땅의 일부이다.”

인디언 추장은 토착민의 전통가치와 자연이 파괴되고 곧 불어 닥칠 대기오염의 위기를 예고하였다. 시애틀 인디언 추장의 메시지는 온 친환경적인 삶을 살았던 선각자의 가슴이 떨리는 메시지였다. 샌디 허리캐인이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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