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허리케인‘샌디’가 남긴 교훈

2012-11-07 (수)
크게 작게
여주영(주필)

“자연은 위대하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을 죽이기 위해 무장할 필요도 없다. 증기 한방울이면 족하다. 그러나 인간은 그 자연보다 더 위대하다. 왜냐하면 자연의 위대함, 인간의 왜소함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갈대와 같이 유연하지만 ‘생각하는 갈대’이다.” 프랑스의 수학자 겸 철학자 파스칼의 말이다.
이번 뉴욕과 뉴저지를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의 위력을 우리는 체험하였다. 화석연료를 남용하여 온실개스를 너무 많이 배출해서 지구가 변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상에 태풍이 더 자주 일어나고 또 한 번 일어나면 그 위력이 점점 더 강해진다. 이대로 가면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 지금의 화성처럼 죽음의 별이 더 빨리 될 수도 있다. 이 두려운 사실을 인식하는 인간이 지금부터라도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자연을 사랑하는 환경운동에 힘쓴다면 우리의 미래를 더 연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석유산업의 마피아와 공화당은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가 이번에 버락 오바마를 지지했다. 허리케인 샌디를 경험하고 공화당이 틀렸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허리케인 ‘샌디’로 범람한 강이나 바닷물에 의해 직격탄을 맞은 지역이 마치 파편을 맞은 전쟁터처럼 너무나 처참하다. 침수된 집들과 선박, 집안의 가재도구들이 산산조각이 나 여기 저기 널브러져 있는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렵다. 이곳에 살던 주민들은 지금 어느 대피소에서 생활에 엄청난 불편을 겪고 있을 것이다.
편히 살던 보금자리를 떠나 제한없이 쓰던 물과 음식을 마음편히 먹지 못하고 정전이 된 집에 사는 사람들도 히팅이 안 되는 방안에서 전화나 TV도 마음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밤이면 깜깜한 실내에서 답답하게 보내야 하는 실정이다.
일상에서 매일 매일 너무나 당연한 듯 돌아가던 이 평범한 일들이 이들에게는 지금 얼마나 절실한가!

TV를 통해 대피소에서 기거하는 맨하탄 첼시지역 주민들이 거리에서 먹을 물과 음식 등을 공급받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일부지역은 건물의 안정성이 점검돼 입주는 했지만 여전히 전기가 공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촛불에 의지하고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 뉴저지의 한 지인은 전기가 나흘째 공급되지 않아 집안의 한기는 물론, 물도 나오지 않아 샤워도 며칠씩 못하고 간신히 준비해둔 비상음식이나 간이용 프로판개스에 의존해 끼니만 가까스로 해결하고 있다.

자동차 개솔린마저 바닥이 나 커피샵을 가는데도 걸어서 40분, 도서관엘 가서 컴퓨터를 하는데도 30분 이상을 걸어야 했다고 했다. 정전이 된 지역은 저녁이면 거리에 신호등도 모두 안 되는 컴컴한 거리에 자동차 개솔린마저 달랑달랑해 웬만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꼼짝 못하고 들어앉아 있다.

사람들의 일상은 여전히 많은 수가 거의 마비상태에 있다. 정전으로 자동차 개솔린 공급이 쉽게 안 되면서 사람들의 생활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다. 주유가 가능한 곳이면 어디고 달려가 두 시간이건 세 시간이건 줄을 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환히 불 밝힌 내 집에서 전화 마음대로 하면서 TV통해 세상 돌아가는 소식 훤하게 들으며 음식 잘 먹고 두 다리 뻗고 잠 잘 자고 난후 따뜻한 물이 있어 샤워 기분좋게 하고 차도 손상되지 않아 편하게 잘 타고 다니는 운 좋은 사람들, 혹시 피해후유증으로 차가 두, 세 시간씩 체증된다고 짜증스러워하지는 않았는지.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잘 돌아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평범한 일상이 이렇게 소중한 것인지 모두들 새삼스레 깨닫는 분위기다. 이번 허리케인은 우리에게 큰 상처를 남기고 갔지만 일상의 소중함을 확실하게 일깨웠다. 우리의 미래, 자식세대를 위해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 가도 깊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juyoung@koreatimes.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