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00달러짜리 복권

2012-11-02 (금)
크게 작게
전애자(시인)

아침 산책길인 공원에서 알록달록한 종이가 발에 밟혀 보니 누가 5달러짜리 빙고 복권을 맞추어 보고 버린 것이었다. 나는 쓰레기통에 주워 넣기 전에 복권 숫자를 맞추어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 횡재인지 B란 코너에 있는 13숫자를 확인하지 않은 4코너가 맞은 100달러짜리 복권이었다.

그렇게도 안 맞던 복권이 놀랍게도 쓰레기 복권이 10달러, 20달러짜리도 아닌 100달러짜리 복권이라니 놀랍고 기분이 좋았다. 나는 집으로 오면서 복권 파는 가게에 들러 4코너가 맞은 복권을 싱글벙글 하면서 주인에게 내밀었더니 가게 주인은 웃으면서 20달러짜리 다섯 장을 선뜻 내 주었다.


나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공원길을 산책하다가 100달러를 주웠다.” 신나는 목소리로 말을 했더니 남편과 아이들은 믿지 않았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주로 크레딧 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길에 돈을 떨어뜨리는 일은 드물기에 10달러, 20달러도 아닌 100달러라니까 믿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10달러짜리 다섯 장을 흔들어 보이면서 설명을 하자. 그때서야 모두들 놀라며 수지맞았다며 부러워했다.

사실 말하기 좀 창피한 일이나 재미삼아 사는 복권을 계산해 보니 따는 것 보다 잃은 돈이 많아서 다시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을 하지만 그때뿐인 것 같다. 더구나 우리 가게 옆집에서 복권을 팔기 때문에 손님이 없어 한가하면 종종 사게 된다. 그리고 복권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데 복권 파는 가게에서 아주 살다시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복권에 정신을 뺏겨 자동차 미터기에 동전을 넣지 않고 하다가 티켓을 받는 사람도 종종 본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안 된 생각과 한심한 생각이 교차한다. 티켓을 받고 나면 다시는 아니 며칠이라도 안 올 것 같은데 다음 날이면 또 복권 파는 가게 앞에 차를 세워놓고 복권을 사고 한 시간 이상 머물다 간다.

이렇듯 복권을 사는 것도 중독이 되는 모양이다. 하긴 어느 복권 액수는 너무 커서 당선만 되면 팔자가 바뀌니 구미가 당기는 것이 당연한 줄 모른다. 특히 복권 중 미국내 12개 주에서 연합해서 판매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복권인 ‘메가 밀리언’은 당첨액이 커서 제일 많이 팔린다고 한다.

복권은 일확천금(一攫千金)을 꿈꾸는 길이기에 사람들의 심리를 극적으로 자극하여 적은 돈일지라도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하게 하는 것 같다. 지금도 나는 길에서 주운 100달러짜리 복권을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