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출발은 ‘나비효과’로 부르는 현상의 발견에서 비롯됐다. 나비 한 마리가 북경에서 날개를 펄럭인다. 그 결과로 다음 달 뉴욕에서는 폭풍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혼돈 속에 숨어 있다. 그 안에 그러나 질서정연한 자연 현상을 밝혀낼 수 있다. 그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 카오스 이론이다.
2010년 러시아가 곡물수출을 금지했다. 심한 가뭄으로 작황이 말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 곡물수출 금수조치는 반 년 후 지구 반 바퀴 저 편 지역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그 시발점은 튀니지였다. 그 변화의 쓰나미가 북상하면서 이집트 무바라크정권이 무너지고 리비아의 카다피가 살해됐다. 세계사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아랍의 봄’이다.
무엇이 아랍의 봄을 불러왔나. 오랜 독재체제에 짓눌려 살아왔다. 분노가 쌓이고 쌓인다. 한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짓밟히는 사태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그들의 분노가 SNS를 타고 전파되면서 하나가 됐다. 그러면서 폭발했다.
인간에 내재된 스스로의 존엄성, 민주화의 열망이 아랍의 봄을 촉발시켰다. 틀린 해석은 아니다. 이 아랍의 봄을 촉발한 보다 근원적 요인은 그러나 다른 데 있다. 식품 가격 앙등이다.
이집트 사람들은 ‘발라디’라고 불리는 둥근 빵을 주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빵 한 덩이의 가격은 1센트였다. 나세르시절부터 정부가 빵 값 보조를 해왔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무바라크정권은 그 보조에 어려움을 격 게 된다. 곡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집트의 인구는 80년대 4,000만에서 2000년대에는 8,000여 만으로 늘었다. 그 정황에서 잇단 가뭄으로 곡물 가는 계속 치솟았다. 그러면서 1센트짜리 빵 공급은 어렵게 된 것.
2011년 2월 국제시장의 밀 가격은 6개월 만에 70%이상 치솟았다. 그러자 배고픈 이집트의 대중은 ‘빵을 달라’며 외치며 타흐리르 광장에 몰려들었다. 결국 철옹성 같았던 그 무바라크 체제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 2011년의 ‘아랍의 봄’은 1848년 유럽혁명의 해와 비교된다. 동시다발적이고 연쇄폭발을 일으키듯이 혁명의 물결이 몰아닥쳤다는 점에서다. 그 혁명의 바람을 일으킨 요인도 비슷하다. 1840년대 유럽은 극심한 흉작을 경험한 시기였다.
1848년뿐이 아니다. 수 십 세기에 걸친 중국의 숱한 왕조교체기, 프랑스 대혁명,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에 이르기까지 근?현대사에서 혁명의 방아쇠 역할을 해온 것은 식품가격 앙등이다. 굶주림에 대한 공포, 식품 값 상승에 대한 불만이 혁명의 직접적인 역할을 했었던 것이다.
그 식품가격이 심상치 않은 상승곡선을 보이고 있다. 국제곡물시장에서 옥수수가격은 지난 7월 현재 25%가 뛰었다. 대두 값도 17%나 오르면서 전 세계적으로 식품가격 앙등사태를 불러오고 있다.
전 미 대륙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러시아도 전례 없는 가뭄을 겪었다. 남반구의 호주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올해의 곡물작황은 말이 아니게 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국제곡물가격은 계속 치솟고 있다. 8월 현재 옥수수 선물가격은 톤당 32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대두 역시 사상 최고가격 선을 맴돌고 있다. 밀 가격도 전년에 비해 22%이상 올랐다.
게다가 국제시장의 원유 값은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미 달러화는 약세를 보이면서 곡물 가는 지속적인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3년은 전 지구적으로 위기의 해가 될 것이고 그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이상기후로 인한 대흉작, 그에 따른 식품가격 앙등과 함께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우려의 소리다.
식품가격 상승은 선진국 소비자에게는 그다지 큰 부담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 전체 소득에서 식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외식비를 포함해 10%가 채 안 된다.
그러나 후진국의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생계비 지출 중 가장 큰 몫이 식품비다. 가난한 저개발국민들은 전체 소득의 절반 정도를 ‘식품’에 쏟아 붇는다. 가난한 나라에서 ‘식품’은 말 그대로 빵(bread)을 의미 한다. 그러니까, 소득의 절반 이상을 빵을 사는데 들이는 게 그들의 생활이다.
전 세계적으로 식품 가격이 또 한 차례 앙등할 때 어떤 사태가 뒤따를까. ‘중국이 위험하다’-.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혹심한 부정부패, 양극화로 치닫는 사회, 날로 악화되고 있는 환경오염-. 중국이 처한 현실이다. 중국의 인민대중은 그 가운데 분노를 삭이고 있다.
게다가 경제는 이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면 생계비 지수는 무섭게 오르고 있다. 그리고 식품 값마저 급등한다. 그 2013년이야말로 북경당국에게 있어서는 중차대한 기로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거기에 한 가지 그림이 겹쳐진다. 또 한 차례 엄습한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의 모습이다. 2013년은 북한체제에 어떤 해가 될까.
<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