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벽돌인가, 사람인가?

2012-10-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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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윤실 호루라기

▶ 박광철 목사 <조이펠로십 교회>

얼마 전 CD를 통해 한국의 한 유명 강사의 훌륭한 강연을 들었다. 그 중에는 교회문제와 관련된 내용도 있었는데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다.

천주교는 세계 각처에 거대한 성당들을 많이 지었고, 지금도 성당 건축이 교회의 우선순위인 줄로 알고 경쟁적으로 성당을 짓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건물은 많이 생기는데 진정한 신자가 별로 생기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럽의 상당수 천주교회는 웅장한 성당을 지으면서 많은 갈등에 빠졌고 그런 중에 사람들을 잃었다. 안타깝게도 개신교 교회들도 예배당 건축을 마치 구약시대의 ‘성전건축’ 같은 것처럼 착각하여 앞을 다투어 짓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예배당 건축이 대부분의 교회문제의 중심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독일을 방문했을 때 그곳 선교사가 나를 안내한 곳은 ‘웅장한’ 예배당이었다. 도시 한복판에 높이 서 있는 수백년 된 건물인데 현관문은 커다란 자물쇠로 잠겨 있어서 건물 옆에 난 작은 문으로 내부에 들어가 보았다. 공간이 넓고 천장이 높고 내부 장식이 호화로웠다. 그러나 낡은 박물관이라는 인상 밖에 받은 것이 없다. 쾰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건물은 있는데 사람이 없다.


초대교회는 베드로의 설교로 3,000명이 한꺼번에 세례를 받는 폭발적인 부흥이 있었다. 5,000명이 주께로 돌아온 적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도행전에는 거대한 예배당을 지었다는 기록이 전혀 없다. 만여명의 신자를 대상으로 목회하려면 굉장히 큰 공간이 필요했을 텐데, 핍박을 받아 사방으로 흩어질 때에도 건축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물론 그 후에도 마찬가지다.

예수께서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들으시고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마 16:18)고 말씀하셨을 때 웅장한 예배당을 건축하시겠다는 뜻이 결코 아니었다. 그의 신앙고백 위에 믿음의 교회를 세우신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건물’로 잘못 가르치고 잘못 배운 허물이 우리에게 있다.

한국에서는 한때 ‘건물을 크게 지어야 하나님이 채워주신다’는 생각에 교회들이 거액의 은행 빚을 내서 건물을 세운 적이 있었다. 그런 교회들은 대부분 많은 빚을 갚기 위해 성도들에게 ‘지나친 헌금강요’를 했고 그것이 분란의 씨가 되기도 했다.

이제는 벽돌보다 사람을 세우는 일에 더 진력해야 한다. 군중을 모으기보다 제자들을 키워야 한다. ‘형통의 복음’을 전하기보다 ‘예수님의 십자가 복음’을 전해야 한다. 건물 확장이 부흥이라는 착각에서 속히 벗어나야 한다. 교인 수가 늘어 예배공간이 좁은데 어쩌냐고 묻는다. 그렇다면 일부 교회들이 하는 것처럼 분립 개척하라.

자연재해나 전쟁으로 예배당은 무너져도 믿음의 사람들을 일컫는 교회는 무너지지 않는다. 오늘날 가장 순결한 성도가 어디에 있을까? 미국이나 한국이 아니라 예배당이 없는 북한의 지하교회 성도와 중국 등지에 숨어 있는 성도들일 것이다. 벽돌이 아니라 사람을 세워야 교회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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