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체자 신분증’이 필요한 이유

2012-09-14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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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시가 운전면허증을 취득할 수 없는 불법체류 주민들에게 사실상 주민 신분증의 기능을 할 ‘공립도서관 카드’를 발급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방안은 이민 신분과 관계없이 관할 구역 내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을 주민으로 인정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 주민들의 상당수가 불법체류 신분인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일상생활에서 겪고 있는 불편을 해소해 주기 위한 신분증 발급은 지역정부의 존재 목적과도 부합되는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많은 불법체류 주민들은 신분증이 없어 은행구좌를 개설하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에 큰 불편과 불이익을 받고 있다. 불법체류 주민들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와 관계없이 이들은 이곳에서 자녀를 키우고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구성원들이다. 그런 만큼 연방정부의 이민정책과는 별개로 이들이 기본적인 생활만은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줄 제도적인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었다.

불체자 신분증 발급 아이디어는 멕시코 총영사관과 한국 총영사관 등 몇몇 외국공관들이 발급해 주고 있는 자국민 신분증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단 초안에 대한 시의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어서 조례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가 이미 불체자들을 위한 대체 신분증을 발급해 주고 있는 등 비슷한 조치들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주의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불체자 운전면허증 발급법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운전면허안은 주의회에서 여러 번 통과됐음에도 주지사들이 서명을 꺼려해 법제화 되지 못하고 있다.

합법 체류자 입장에서는 불체자 신분증에 반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넓게 보면 합법 체류자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수많은 불체자들이 생계와 생존을 위해 운전면허증과 보험 없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주민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아무쪼록 LA시의 방안이 좋은 성과를 거둬 불체자들에 대한 운전면허 발급 조치로까지 이어져 나가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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