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을 이렇게 생각해 보자

2012-09-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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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윤실 호루라기

▶ 손경호 목사 <보스턴 성령교회>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탈북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고 북한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중국과 북중 국경지역에서 오랫동안 굵직한 사업을 총괄했기에 그의 말에 이의를 제기할 근거가 마땅찮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신이 치우쳐 있는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생각의 경향이다. 세상 어디에도 한 쪽으로 기울지 않은 생각은 없다. 다만 건전하게 기울어진 판단인지를 잘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도와야 하느냐 하는 방법은 북한 돕는 단체수보다 더 많다. 그만큼 우리의 생각이 복잡하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교회가 북한을 도와야 할 근거가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동족이기 때문에 도와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자. 어느 모로 보나 북한은 이미 대한민국과 같은 민족이 될 수 없다. 그들도 역시 그렇게 생각한지 오래다. 그들의 표현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원수의 나라, 미 제국주의의 앞잡이다. 원수를 말살하기 위해 언제라도 쳐들어올 수 있는 분노에 찬 의지가 그들에게 있다.

그러나 고통 받는 자들은 언제라도 도와야 하고 사랑을 나누는 것이 기독교의 정신이다. 지나친 민족의식에 사로잡힐 때 오는 혼동은 심각할 것이다. 내 편이기 때문에 돕고 내 편이 아니기 때문에 외면한다면 차라리 돕지 않는 편이 낫다.

도움 받는 자들은 자기 형편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는 장애가 있다. 그러므로 돕는 자는 내가 우월하고 잘 나서 지원한다는 태도를 철저하게 걸러내야 한다. 어설픈 영웅심으로 돕는다면 나중에는 남보다 멀어질 수 있다.

북한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의 체제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발빠른 변화를 추구하지만 북한의 형편은 새로운 지도체제가 고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어릴 때 친구들과 모래사장에서 하던 놀이가 생각난다. 나무 작대기 하나를 모래 깊이 꽂아놓고 작대기를 향해 돌아가며 모래를 퍼내는 놀이다. 모래를 퍼내다가 작대기가 넘어지면 술래가 된다. 작대기를 만지거나 더 깊이 꽂을 수 없는 룰이 있다. 더 이상 작대기가 지탱하지 못할 때가 왔다 싶을 때 내 차례가 되면 가슴이 조마하다. 어차피 넘어질 작대기를 붙잡아 줄 사람은 없다. 다만 누구 차례 때 넘어지느냐가 관심일 뿐이다.

북한은 넘어지는 작대기다. 어디로 넘어지느냐에 관심이 집중된다. 중국도 미국도 한국도 자기들에게 넘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북한이라는 작대기가 예수 믿는 사람들에게로 넘어졌으면 하고 바란다. 한국 교회 부흥의 이유에는 북한을 위해 한번 멋지게 쓰시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이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한국 교회는 갑자기 주어진 부와 부흥의 혜택을 북한을 위해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단시일 내 과실을 거둘 수 있는 세계 선교와 땅 사재기에 모든 돈을 다 퍼부었다. 그 많은 재정을 북한을 위해 집행하고 비밀리에 지하일꾼을 파송했다면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하나님은 한국 교회가 북한을 도울 때를 기다리신다. 기도하자. 구제 헌금을 보내자. 탈북자에 대한 시각을 고치자. 정치적인 색깔을 배제하자. 값싼 영웅심을 버리자. 들어갈 수만 있다면 들어가서 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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