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표준 찬송가 발행싸고 한국 교계 찬반 시끌

2012-08-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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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21세기 찬송가 사용 미주, 채택싸고 혼란 일듯

표준 찬송가 발행싸고 한국 교계 찬반 시끌

한 교회에서 교인들이 찬송가를 부르고 있는 모습.

한국에서 새 찬송가 발행이 추진되고 있어 미주 한인 교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한국의 교회들은‘합동 찬송가’‘새 찬송가’‘개편 찬송가’등 교단에 따라 다르게 써오던 찬송가를 하나로 합쳐서 지난 1983년 발행된‘통일 찬송가’(558곡)를 사용해 오다가 지금은 대부분 2007년에 새롭게 만들어진‘21세기 찬송가’(645곡)를 쓰고 있다.

하지만 기존 찬송가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던 한국찬송가위원회와 새찬송가위원회가 함께 발족한 한국찬송가공회가 2008년 일부 인사들에 의해 비밀리에 재단법인으로 전환되자 이에 반발한 쪽에서 2011년 별도의 단체를 결성하는 바람에, 현재 찬송가단체는 (재)한국찬송가공회(이하 법인측)와 한국찬송가공회(이하 비법인측)로 나뉘어 있는 실정이다.


비법인 측은 얼마 전 기자회견을 갖고 “예장 합동, 예장 통합, 가장, 기감, 기성, 기하성 등 12개 교단장들이 9월 중순에 열리는 주요 교단 총회 이전에 통일찬송가를 기초로 한 ‘표준 찬송가’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새 찬송가 발행을 위해 예배찬송 약 530곡과 젊은이들을 배려한 집회찬송 약 70곡의 선곡, 최근 편찬 및 감수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인 측이 저작권과 재산권을 승계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비법인 측은 “법인 측이 해외 찬송가에 매년 지나친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찬송의 무상사용을 원칙으로 할 것이며 저작권료를 요구하는 찬송은 물론 수준이 낮은 곡과 가사는 수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법정공방 결과에 따라 21세기 찬송가의 출판이 더 이상 어려울 수 있으므로 새로 찬송가를 만드는 것이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법인 측은 “비법인 측의 시도가 한국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인 ‘하나의 찬송가’를 잃게 하고 교인들에게는 새로운 재정 부담을 안겨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예장 통합의 경우 사실상 새 찬송가를 반대하고 있으며 로열티를 지급하는 곡들은 한국교회 성도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찬송가 판매에 따른 이권이 배경에 도사리고 있는 이 싸움에는 출판사들도 가세해 생명의말씀사, 두란노, 성서원, 아가페 등은 법인 측을, 생명의 대한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는 비법인 측을 각각 지지하고 있다.

방만한 운영과 탈세 등으로 인해 논란을 야기한 바 있는 기존의 찬송가공회는 두 가지 소송이 걸려 있다. 하나는 충남도청이 내린 찬송가공회 법인 취소의 적절성에 대한 행정소송이고, 다른 하나는 대법원에 계류 중인 21세기 찬송가 출판권 관련 소송이다.

연 발행부수 100만, 매출액 1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시장을 놓고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찬송가 관련 싸움은 어떤 형태로든 미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거의 모든 교인들이 성경책과 찬송가 합본을 구입하고 있는 가운데 한인교계의 21세기 찬송가 도입은 매우 더딘 편이다. 대다수 한인교회들은 아직까지 통일찬송가를 사용하고 있으며 나성영락교회, 주님의영광교회, 충현선교교회 등 강단용 성경을 개역개정판으로 바꾼 일부 교회들만 21세기 찬송가를 채택하고 있다. 남가주를 대표하는 한인교회인 남가주사랑의교회의 경우도 성경은 교체했지만 통일 찬송가를 그대로 쓰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에서 새 찬송가 출판이 실현될 경우 미주 한인교회들과 교인들은 3가지의 다른 찬송가를 놓고 상당한 혼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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