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계속되는 7,8월은 바캉스의 계절인가 한 여름의 바다 파도가 옆으로 길게 손을 잡고 밀려온다. 썰물이라 하얀 포말을 휘날리며 밀려왔다 되돌아가는 힘도 대단해서 파도를 등지고 서 있는 사람들을 쓰러뜨리고 만족한 듯 수평선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나는 비치 파라솔 그늘에 앉아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먹이찾아 저공비행하는 갈매기 또는 사람들 가까이서 얌전하게 먹이던져 주기를 기다리는 갈매기들도 본다. 또는 한 사람, 두 사람기구에 매달린 줄을 끌고 눈앞을 서행하는 요트도 본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자기키보다 더 높은 파도타기에 여념이 없는 어린 외손자의 부름에 나 역시 물속으로 들어간다. 왼발 오른발 번갈아가며 자주 붓는 남편의 발등, 조금이라도 바다 물속에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 등 뒤에서 지켜야 하니 몹시 바쁘다.
외손자가 해안선에 서 있는 내 곁으로 걸어오더니 손가락을 연필삼아 그림을 그려나간다. 처음 점 하나 콕 찍더니 그것을 기점으로 원을 수없이 연결해 나가고 세모꼴, 마름모꼴, 토끼 귀 등을 그린다. 수학공식같기도 하고 우주인의 낙서 같기도 하다가 갑자기 숫자가 쏟아져 나온다. 밀리언, 빌리언, 트릴리언 하고 크게 소리 지르더니 이것이 자기가 발명한 것 이란다. 네 살을 갓 넘긴 어린 아이의 두뇌 속에서 나오는 숫자의 개념이 놀랍다.
방으로 돌아가 모래 묻은 것다 털어 씻어 버리고 저녁 먹으로 나갔다. 식사 후 산보를 하고 있는데 찬란하게 장식된 보석상 앞에서 발을 멈추더니 에미에게는 보석을, 할머니에게는 진주 목걸이를 사 주겠단다.
돈벌수 있을 때까지 할머니 살 수 있겠나 했더니 발명가니까 사드릴 수 있단다. 어린이의 능력은 무궁무진하다.
인생을 폭 넓게 살아 나갈 수 있는 초석을 다져 주는 것 또한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그 나이에 자신 이외의 개체를 인식하고 배려할 줄 아는 그 마음이 나를 흐뭇하게 해 준다. 이래저래 노경에는 별 수 없이 팔불출이 되는 가 보다.
임경전 /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