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입양아
2012-08-24 (금) 12:00:00
오랜만에 본 준은 여전히 명랑하고 장난 끼가 넘쳤다. 그 모든 실수와 장난을 용서하게 하는 살인미소를 엄마인 수잔에게 날리자, 수잔도 식사예절을 가르치려고 지은 심각한 표정을 한순간에 지워버리고 사랑스런 미소를 보냈다.
옆에서 그들을 보고 있다 포기한 듯 혀를 내두르는 준의 아빠 존까지, 내가 LA를 떠나 있었던 3년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그들은 여전히 행복해 보였다. 고2 여름, 아르바이트를 구하다 처음 인연이 닿은 수잔은 한국에서 입양한 준의 베이비시터를 구하고 있었다.
그때 막 18개월이 되었던 준의 실제 이름은 준 피에어 로이져 위트(Joon-Pierre Loiseaux-Witte)로, 온갖 다양한 이름이 있는 미국에서도 찾기 쉽지 않은 특이한 이름이다.
아이의 한국이름인 ‘준’과 프랑스에서 태어난 수잔이 고른 ‘피에어’를 합치고 아빠인 존의 독일 성이 결합된 것이다. 수잔과 존이 프랑스계의 엄마와 독일계의 아빠를 가진 미국에서 클 한국인의 정체성을 담은 이름을 지어주려고 심사숙고한 끝에 나온 이름이다.
내가 준을 돌본 일년 내내 그리고 그 후에도 수잔은 한국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목말라 했다. 한국에 관한 책과 한인 지인들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모두 습득했고 동시에 준에게도 한국의 끈을 놓지 않게 하기 위해 한국 노래를 들려주고 한국 음식을 먹이며 나에게도 한국어를 쓸 것을 당부했다.
나는 준이 이 가정에서 느끼는 행복을 다른 아이들도 느낄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혈육을 우선으로 중요시하고 남의 혈육을 키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우리나라의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이다.
또 한국아이는 한국에서 키워야 한다는 선입견은 내려놓고 진정 입양할 준비가 된 가정을 더욱더 성공적으로 모색할 방법과 외국으로 보내지는 아이들이 훗날 한국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정부와 국민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이예지/UC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