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도영 장군의‘망향’을 읽고

2012-08-24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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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도영 장군에게 빚을 지고 살면서 빚을 갚지 못한 채 그의 별세소식을 일간지 보도를 통해 접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사실 나는 그의 회고록 ‘망향’을 읽으면서 그분에게 내가 진 빚을 이제 갚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장 장군, 정말 그때 미안했습니다.” 이 말이 그에게 진 빚이다.

나는 그와 시카코 호텔 로비에서 만났다. 1972년 봄 미국 중서부 정치학회가 열린 시카고의 호텔 로비에서 나는 그가 장도영 장군이라는 직감을 갖게 되었고, 그에게 접근해 “장도영 장군이시오?”라고 물었다. 그는 그렇다고 했다. 그때 내가 던진 말은 “장 장군, 당신 같은 장군 때문에 우리조국이 이 모양이야! 치사한 x”이었다. 그때 동행한 그의 부인이 그를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그와 나와의 조우는 한순간에 끝났지만 오래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나는 그때 조국의 민주주의가 박정희 장군의 쿠데타로 망가졌고, 장도영 장군은 그 당시 육군참모총장으로 장면 총리와 박정희 장군사이에 양다리를 걸친 비열한 사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세월은 흘렀고 박정희의 공과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의 공이 과보다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도영 장군의 회고록 ‘망향’을 읽으면서 그의 인생여로를 알게 되었고, 그와 박정희와의 인간관계, 그리고 박정희의 쿠데타와의 관계를 자세히 알게 되었다. ‘망향’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의 심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가 1961년 쿠데타를 진압할 수 없었던 상황이 결국 박정희로 하여금 조국의 근대화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 내가 내린 모순된 결론이다. 나는 ‘망향’을 읽으면서 젊은 시절 장 장군에게 퍼부었던 모욕적인 언사를 용서해 달라고 뜻을 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갔고, 나는 이 글로 유명을 달리한 장 장군에게 용서를 구한다. 그의 명복을 빈다.


<최연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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