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옥수수 대란

2012-08-17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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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만의 사상 최악의 가뭄, 타들어가는 옥수수 밭으로 오바마의 재선 레이스가 발목을 잡혔다. ‘옥수수 대란’으로 가격이 치솟으면서 옥수수를 주 사료로 사용하는 미 육류생산업자들의 신음이 극에 달하자 13일 오전 오바마 정부는 1억7,000만달러의 긴급구제금을 풀어 육류제조업체의 육류를 구매키로 결정했다.

이를 지켜보던 에탄올제조사들은 이 같은 결정에 쐐기를 박고 나섰다. 미국의 하루 개솔린 소비량이 900만 배럴에 이르고 개솔린에는 약 9퍼센트의 에탄올이 공식적으로 함유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 할 때, 이번 오바마 정부가 육류산업에만 일방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상황이 영 달갑지 않다는 얘기다.

옥수수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에탄올 제조사들의 입장에선 치 솟는 옥수수가격이 곧 ‘생존’과 결부된다. 미 옥수수 총생산량중 약 40퍼센트를 구매하는 에탄올 업자들의 입장에선 오바마 정부의 육류구매 결정이 곱지 않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 에탄올 제조사들의 거친 반발은 급기야 “에탄올 생산 중단도 불사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가뭄으로 인한 옥수수 대란이 몰고 온 파장이 이럴 진대, 향후 여타 관련업계의 고성이 어디까지 번질지 자못 궁금하다. 당장 개솔린 가격이 심상치 않기에 하는 말이다. 에탄올업체에서는 “오늘 에탄올공급을 중단할 경우 미국은 ‘상상할 수 없는 혼돈’으로 갈수도 있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답답하기는 미국의 일반 가정도 마찬가지일 게다. 치솟는 일반 채소류와 육류의 가격인상이 이미 현실로 와 닿기 때문이다. 이러다간 극장에서 파는 ‘맛있는 팝콘’이 ‘육포’로 대체되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기우에서 떠올려 본 농담이다.


<김철훈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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