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2-08-1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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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다리 소반 위에 멀건 죽 한 그릇
하늘빛과 떠도는 구름 그 속에 비치네
주인이여, 면목 없다 말하지 마소
물에 비치는 청산을 나는 사랑한다오

김병연(1807 - 1863) ‘죽 한 그릇’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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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이란 별명으로 더욱 유명한 김병연 시인이 지은 시다. 원래 제목이 없는 한시였으나 ‘죽 한 그릇’란 이름으로 널리 애송되고 있다. 그는 평생을 떠돌아 다녔으니 박대당한 집도 많았기에 야박한 주인장을 비꼬는 시도 여럿 썼다. 그러나 시 속의 주인처럼 자신의 먹을 것을 나누면서도 오히려 미안해하는 민초들의 인심 덕분에 그의 방랑은 가능했으리라. 멀건 죽에 비친 그 마음이 청산이고 구름이며 하늘이다. 김삿갓이 죽도록 사랑해서 떠나지 못했던 것도 바로 그 ‘사람의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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