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작은 새의 선물

2012-08-13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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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새벽이면 높고 짧은 금속성의 새소리가 들렸는데 참으로 그 소리가 특이했다. 어둠이 밝음으로 바뀌는 경계에서 칩, 칩, 칩, 이런 소리를 내고 낮에는 조용하다가 저녁이 되어 밝음이 어둠으로 바뀔 적에 또 칩, 칩, 칩… 이 소리는 우리 집 뒷마당에서만 들을 수 있었고 다른 어느 곳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여 작년 봄에는 이 새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 결과, 이 새의 이름이 ‘캘리포니아 토히’(California Towhee)라는 것을 알게 됐다. 토히 한 쌍이 살 곳을 정하면 떠나지 않고 함께 사는데, 일단 내 집이라고 생각하면 다른 새가 오는 것을 싫어해서 유리창에 비친 본인의 모습을 다른 새인 줄 알고 부리를 콩콩 유리창에 찧어가며 자기 자신과 싸워대기도 한다.

마침 사우스 웨스트 챔버뮤직의 위촉 곡을 시작하려던 참에 매일 새벽, 어둠이 밝음으로 변화하는 아침의 빛깔과 토히의 소리를 보고 들으며 나는 ‘모닝 스터
디’(Morning Study)를 작곡했다. 그리고 이 작품은 1년 후인 지난 5월에 제1회 LA 국제현대음악축제에서 초연됐다. 봄에 시작하여 여름내 칩, 칩, 칩, 하다가 가을과 겨울에는 조용한 토히. 잊을 만하면 다음 해 봄에 다시 칩, 칩, 칩. 캘리포니아 토히는 정녕 노래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를 알고 있는 듯하다.


창작자에게는 지적 호기심과 날카로운 관찰력이 필요한데, 그는 일상으로부터 영감을 받으며, 상상을 함으로써 아주 작은 씨앗을 본인만의 고유한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다. 영감의 근원지는 같거나 다른 분야의 예술작품이기도 하고 때로는 새소리이기도 하고 혹은 어제 먹은 통감자 한 알이기도 하다. 몸이 아프거나 정신적으로 혹독한 고통을 받을 적에 예술가는 본인의 일을 함으로써 스스로 치유하기도 한다.

나는 ‘모닝 스터디’를 쓰는 동안 침묵해야 할 때에는 완벽히 침묵하는 것을 토히로부터 배웠다.


<나효신/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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