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왕이면 싸게 사자” 차압매물 인기

2012-06-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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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보 경우 경매보다 은행소유 매물이 안전 시장에 나오기 전 은행과 직접접촉도 방법

▶ 낮은 감정가, 훼손 인한 수리비도 대비해야

■ 구입 때 주의할 점

차압매물 등 급매성 매물에 대한 거래가 여전히 증가세다. 차압매물 전문 웹사이트 리얼티트랙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체통보나 경매통보를 받았거나 이미 압류된 매물의 거래가 전체 주택거래 중 약 26%로 전 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25%씩 증가했다. 급매성 매물의 매매량은 약 23만3,000여채로 이 중 숏세일 거래는 약 11만채로 집계됐다.

이처럼 차압 매물에 대한 거래가 늘고 있는 것은 가격이 낮다는 점 때문이다. 1분기 중 거래된 차압관련 매물의 평균 가격은 약 16만달러로 일반매물에 비해 매우 낮다. 차압매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차압매물 구입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알아본다.



◇차압매물 구입 수요 2배 이상 증가
차압매물 구입에 대한 관심이 최근 2년반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부동산 매물 정보 웹사이트 리얼터닷컴이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에서 주택 구입 때 차압매물을 구입하겠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약 65%로 조사됐다. 2009년 실시된 조사에서 차압매물 구입 응답자는 약 25%였지만 2년여 만에 두 배로 뛰어오른 것이다. 리얼터닷컴은 5월4일부터 6일 사이 성인 1,004명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바이어들 사이에서 차압매물이 일반매물보다 인기가 높은 것은 낮은 가격 때문이다. 통상 차압매물은 일반매물에 비해 낮은 가격에 거래가 되기 때문에 주택구입 계획이 있는 바이어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리얼터닷컴 운영사인 무브 Inc.사의 스티브 버코위츠 대표는 “차압매물의 시세가 일반매물의 시세보다 낮아 차압매물 구입조건을 유리하게 여기는 구입자 많다”고 말했다.

차압매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차압건수는 감소세로 차압매물 구입에 대한 경쟁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차압매물 전문 웹사이트 리얼티트랙에 의하면 지난 4월 연체, 경매, 차압통보 건수가 지난해보다 약 14% 감소, 2007년 7월 이후 가장 낮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5대 대형 은행과 정부 간의 부실차압에 대한 합의안이 이뤄진 후 시장에 차압매물이 대거 쏟아져 나올 것으로 우려됐지만 아직까지 현실화 되지 않고 있다. 차압에 나서기 전 숏세일 승인 등의 절차를 통해 부실주택 자산처분에 나서는 은행이 늘고 있어 우려됐던 차압대란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구입자들 사이에서는 차압매물로 인한 주택가격 하락 우려가 여전했다. 이번 조사에서 약 56%의 응답자는 은행 측이 곧 대량의 차압매물을 쏟아내 주택가격 하락을 부채질할 것을 우려한다고 대답했다.


◇경매보다는 은행 차압매물
차압매물 구입경험이 없는 초보자라면 경매를 통한 구입은 절대 피해야 한다. 차압매물 전문 웹사이트 리얼티트랙의 대런 블롬퀴스트 부대표가 차압매물 구입에 관심이 있는 바이어들에게 던지는 첫 번째 충고로 귀담아 들으면 좋을 여러 이유가 있다.

경매를 통한 차압매물 구입 절차가 일반인들에게 생소할 뿐만 아니라 경매장에는 수완이 좋은 ‘경매꾼’들이 득실거리기 때문이다. 이들 전문 경매인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아 조건 좋은 물건은 경매인들의 손으로 넘어가기 쉽다.


참여한 경매에서 매물을 어렵게 낙찰 받았어도 이후 처리해야 할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 우선 경매를 통한 차압매물 구입의 경우 주택 상태를 파악하기 힘들다. 압류 후 집이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거나 압류주택 소유자에 의한 고의성 파손 등이 있어도 이를 구입 전 알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압류주택 소유자의 세금체납에 의한 우선 지급 저당권 등이 설정 여부도 일반인이 알아내기 힘들다.

경매매물 구입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압류를 앞둔 주택 소유주가 여전히 거주하고 있는 경우다. 거주 중인 소유주를 상대로 퇴거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비용 부담은 물론 예기치 못한 상황 등을 맞닥뜨릴 수 있다. 설사 퇴거에 성공하더라도 압류주택 소유주에 의한 고의성 주택 파손인 ‘밴달리즘’ 발생이 흔해 이로 인한 수리비용도 큰 부담이다.

블롬퀴스트 대표는 차압매물을 처음 구입하는 경우라면 이미 은행 측에 소유권이 넘어간 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은행 차압매물로 눈을 돌리라고 충고한다. 흔히 ‘REO’(Real Estate Owned)로 불리는 은행 차압매물은 은행 측이 소유권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연체 세금 등 기타 저당권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에 구입자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압류 주택 소유자에 대한 퇴거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구입 전 주택의 상태를 점검하고 이에 대한 예상 수리비를 파악할 수 있어 경매물보다 안전한 구입으로 여겨진다.


◇은행과 직접 접촉
일반 구입자들이 전문 투자자들과의 경쟁을 뚫고 차압매물을 구입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투자자들의 자금력과 신속함을 이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블롬퀴스트 대표에 따르면 마음에 드는 차압매물을 구입할 수 있는 몇 가지 요령이 있다.

차압 통보를 받은 주택 중 구입하고 싶은 주택이 있다면 차압상황을 주시한 뒤 차압 발생 직후 은행 측에 직접 연락해 구입 의사를 전달한다. 규모가 작은 지역 은행이거나 개인 채권자일 경우 차압매물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직접 연락을 취해온 바이어들과 거래를 시도 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 매물 구입 때와 마찬가지로 차압매물 구입에 앞서 융자 사전승인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인들의 예상과 달리 차압매물의 매매 속도가 빠르고 경쟁도 치열하다. 따라서 차압매물 구입에 필요한 자금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은 필수다. 은행 측에도 구입자금 준비가 이미 완료됐음을 증명해야 그나마 구입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낮은 감정가에 대비
차압매물 구입 때에도 낮은 감정가로 인한 문제가 항상 불거진다. 차압매물 경우 감정인들의 감정이 매우 ‘짜기’ 때문에 낮은 감정가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 차압 매물에 대한 감정가가 낮은 이유는 주택 훼손율이 일반매물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특히 FHA융자를 통해 차압매물을 구입하려는 경우 관련규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은행이 내놓은 차압매물을 구입 때 구입 전 주택상태를 점검할 수 있어도 구입 후 수리는 은행 측이 책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사전에 주택상태를 점검한 뒤 수리비 견적을 뽑아보고 필요한 비용을 별도로 준비해둬야 한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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