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족 정신질환, 적극 대처해야

2012-03-2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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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채스워스에선 40대 아들이 70대 아버지를 망치로 때려 살해했다. 지난 달 랜초 쿠카몽가에선 20대 아들이 60대 어머니를 골프채로 때려 숨지게 했다. 둘 다 한 달 사이 남가주 한인 중산층 가정에서 발생한 참극이다.

두 사건의 동기에 대해선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그러나 비극을 키웠을 원인이 주변을 통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아들들의 정신질환이다. 폭행전과가 있는 20대 아들의 이웃들은 그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듯했다고 말했으며 숨진 70대 아버지의 한 지인은 그가 “평소 정신질환이 있는 아들과 자주 다퉜으며 아들의 잦은 공격적 태도 때문에 힘들어 했다”고 전했다.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은 대부분 가정이 겪고 있는 일상이다. 그러나 가족 간의 갈등은 시간이 흐르고 자녀가 성인이 되면서 대화와 이해를 통해 해결되는 것이 정상이다. 풀리지 않는 갈등이 오랜 불화로 굳어지고 폭력으로 치닫는다면 그것은 이미 비극을 예고하는 위기의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애정과 대화만으로는 풀기 힘든 상황, 전문가의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의 영역이라는 뜻이다.


미 정신건강협회에 의하면 미국인 5명 중 1명은 각종 정신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조울증, 분노조절 능력 결핍, 과대망상, 정신분열…한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인들과 달리 전문적으로 치료하려는 한인들은 많지 않다고 관계자들은 우려한다.

정신질환은 누구라도 걸릴 수 있는 ‘병’이다. 심장이나 폐에 이상이 생겨 병에 걸리듯 신체의 한 부분인 뇌에 이상이 생겨 걸리는 질병이다. 조기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한데도 방치해 키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족의 정신질환이 의심된다해도 치료를 시작하는 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본인의 동의가 필요하고 요즘은 보험커버도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이제 한인들의 정신질환 문제는 한 개인이나 한 가정을 넘어 커뮤니티 전체의 문제로 대처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전문 단체와 기관들은 보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안내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하고 당사자와 가족은 정신질환을 ‘병’으로 인정하고 적극 치료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또 다른 참극의 발생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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