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동 주는 삶

2012-01-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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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홍(목사)
실로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사람을 감동시키는 일이 많지 않다. 솔직히 말해서 부부간에도 서로에게 감동 주는 일이 쉽지 않다. 하물며 남을 감동시키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그냥 지나면 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한 광경이 벌어질 것인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감동을 주지 못하면 웃음이라도 주며 살아야겠는데...

많은 사람들은 큰일에 감동을 받는 줄 아는데 실은 작은 일에도 우리가 감동을 받게 된다. 지나가는 사람이 비틀거리며 걸을 때 그 사람을 붙들어 주는 것을 보아도 보는 사람에게 진한 감동을 준다. 그래서 세상을 뒤흔드는 사건을 만들어 감동을 주기보다는 우리 주위에서 작은 일로 이웃을 기쁘게 했으면 한다. 금년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이런 선물을 주고받는 한해가 되었으면 이민의 고달픔에서 작은 용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주 있는 일이지만 친구가 새해가 되었으니 아침이라도 같이 먹자고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나에게는 아침보다는 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데 기분이 상쾌해졌다.
그래도 불러주고 달려가고 하는 상대가 있다는데 뇌신경을 자극한 모양이다. 그래서 주섬주섬 옷을 주어입고 나가 함박웃음을 웃으며 수다를 떨다 돌아왔다. 이웃이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일이다. 금년에는 이웃과의 관계가 더욱 좋아졌으면 한다. 뒤돌아보면 내 자신도 때론 무정한 사람이었음을 고백한다. 몇 년을 한 이웃에 살면서 이사 올 때는 통성명을 했는데 이웃의 이름을 불러볼 일이 없어 이름을 다 잊었다. 다시 이름을 묻기가 쑥스러운 일이지만 이름이라도 알고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작지만 이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우며 감동을 주는 일이 아니겠는가?


캐나다에서 박사과정까지 다 마치고 한국에 가서 한국인 아내를 맞아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던 캐나다 사람이 그 동안 출석하던 교회에서 빈병이며, 청소를 5년 동안 열심히 하다 금번에 한국의 모 국제 고등학교에 교장으로 채용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무척 고무되고 감동을 주는 소식이었다. 많이 배운 사람이 또 외국인이 아내 따라 신앙생활을 하면서 궂은 일을 다 맡아 모범을 보였다는 것은 우리에게 한해를 시작하면서 무언의 교훈이 되고 새로운 각오와 다짐 속에 상쾌한 출발을 하게 한다. 실로 우리가 어렵게 생각해서이지 하나님은 우리의 작은 일에도 감동을 받으신다. 이때 우리 주위는 따뜻한 사회가 될 것이다.

금년에는 우리 한국인들이 살고 있는 각 곳에서 다른 민족은 몰라도 우리끼리라도 따뜻한 손을 서로 잡고 웃는 모습을 보이고 이런 모습이 전염병처럼 퍼져 다른 민족에게까지 물들게 했으면 좋겠다. 더 이상 같은 동족끼리 얼굴을 붉히는 부끄러운 모습이 사라졌으면 한다. 윤동주선생의 시처럼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 말이다. 서로에게 에너지를 공급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가지고 한해를 살 수 있는 밑걸음이 되었으면 한다. 이는 누군가 해주길 기다릴 것이 아니라 나부터 시작해보자.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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