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팔자, 내가 만든다

2012-01-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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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새해가 시작되었다. 새해들어 처음 마주치는 사람들은 저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인사한다. 그리고 저마다 올해에는 운수 대통하기를 기원한다.
올해는 2012년 임진년(壬辰年)이다. 진(辰)은 12개 띠 동물 중에서 용을 뜻하고 올해는 흑룡의 해이다. 60갑자 중 5번 오는 용띠 해는 갑진년을 청룡, 병진년은 적룡, 무진년은 황룡, 경진년은 백룡의 해라고 한다. 그러므로 흑룡의 해는 60년만에 돌아왔다.

용은 용기와 비상, 흑은 임금을 뜻하므로 요즘 한국에서는 흑룡띠 해에 아기를 출산하면 길하다며 새로운 풍속도를 그리고 있다. 결혼 웨딩업체와 유통업계가 비즈니스 마케팅에 흑룡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역사적으로 흑룡의 해인 임진년에 임진왜란이 있었는가 하면 신사임당이 흑룡의 꿈을 꾸고 율곡 이이를 낳았다고 하는 등 흑룡과 연관된 일들은 흉하기도 하고 길하기도 하다. 그러니 역사적 근거가 없다고 하겠다. 이럴 때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좋은 게 좋은 거잖아’, 혹은 ‘모든 것이 팔자소관이라는데’.

지난 2007년에는 600년만에 온다는 황금 돼지띠라며 이 해에 태어난 아이는 부자가 된다고 너도 나도 출산을 하여 평소보다 신생아가 4만명이 늘어났다고 한다. 2010년에도 길운이 따른다는 백호띠 해라면서 출산 붐이 일었었다.
그런데 2007년에 태어난 수많은 아이들이 올해 다닐 유치원에 등록하려고 하니 작년말 각 유치원마다 입학경쟁률이 사상 초유로 높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은 장차 대학입시와 졸업 후 취직경쟁에서도 치열한 다툼을 보일 것이 자명하다.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들이 다른 해 보다 많으니 늘 더 많은 경쟁자가 있어 앞으로의 인생이 더욱 고달파진 것이다.


사주팔자가 좋다는 특별한 해에 출산을 했다면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한다.사주(四柱)란 생년(生年), 생월(生月), 생일(生日), 생시(生時)를 말한다. 팔자는 사주에 간지(干支)가 되는 여덟 글자를 말하는데 간지(干支)에서 하늘을 가리키는 간(干)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등의 10간으로 나누고 땅을 가리키는 지(支)는 자(子;쥐). 축(丑;소), 인(寅;호랑이) 등의 십이지(十二支)로 나눈다. 10간과 12지를 차례로 따라 붙여가면 60간지가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사주팔자를 본다’ 함은 이러한 간지를 대조하여 그 사람의 운명을 예측한다.

그런데 한날한시에 태어나 쌍둥이일지라도 성격, 개성, 주체성, 처한 환경, 취미와 하는 일에 따라 팔자가 바뀐다. 사주팔자가 같다고 해서 똑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같은 흑룡해에 태어난 수만 명의 아이들이 다같이 좋은 운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많은 한인들이 ‘내 팔자가 미국에 와서 살게 되어 있었나봐’, ‘난 아무리 해도 안돼, 사주팔자가 그렇게 나와’, ‘걔는 사주가 좋은 게 틀림없어, 하는 일마다 잘 돼’ 등등으로 이민생활의 성공과 실패를 사주팔자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운명을 남에게 휘둘리는 행동이라 하겠다.

만일 내 팔자가 ‘소처럼 부지런히 일하지만 재물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고 한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늘 빈곤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살아갈 기쁨과 보람도 없을 것이다.이럴 때 ‘내 팔자, 내가 만든다’는 각오로 살면 된다. 자신에게 낭비벽은 없는 지 살펴보고 알뜰하게 절약하여 재물이 빠져나가지 않게 생활습관을 바꿔보자. 또 재물복이 없다면 아무리 사업을 해도 돈을 못 모을 테니 취직을 하면 될 것이다. 뭐든지 노력하기 나름, 생각하기 나름이 아니겠는가. 더 이상 씩씩하게 이민생활을 개척하고 있는 한인들의 대화에서 ‘팔자소관(八字所關)’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또한 ‘좋은 일을 많이 하면 팔자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이 옛부터 전해져 옴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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