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웃음으로 여는 2012년

2012-01-0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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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 (교육가)

“우와~, 13살 내가 한 번 크게 웃으면 12살이 되어요?” “그럼 한 살 어린이가 한 번 웃으면 어떻게 되어요?” 학생들이 제각기 떠들기 시작하였다. “뜻을 제법 잘 이해하였어요. 하지만 한 살이 젊어지려면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크게, 얼마나 강하게 웃어야 할까?” “그래도 한 번 웃으면 얼마나 젊어지는 지 알고 싶어요” 이에 대한 바른 답은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웃음의 종류에 따라 그 만큼 젊어진다고.” 학생들이 어리벙벙한 표정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웃음’이 사람을 젊게 만든다는 것이니 한 번 믿어봐. 그런데 어린이들조차 젊어지고 싶다니... 왜?

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한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한자를 배울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한자를 배우고 있다면 이해하기 더욱 힘들 것이다. 한국어의 70%가 한자와 관계가 있음을 상기하면, 한국어를 더 잘 알기 위해 한자공부를 하고 있음이 분명해진다. 특히 소리를 알리는 한글이나 영자와 달리 뜻을 말하는 한자의 다름은 하나의 놀라움이 된다. 글자에 소리와 뜻이 따로 있다니... 그 연장선에서 한자숙어 몇 마디를 알리면서 일소 일소(一笑一少)를 소개한 것이다.


“웃음에도 종류가 있어요?”질문이 나왔다. 웃음에 따라 젊어지는 폭이 정해질 것이라는 설명 때문이다. 우선 웃음소리를 생각하자. ‘하’자 줄을 따라가며 ‘하하, 허허, 호호, 후후, 흐흐...’등이 있지 않은가. 거기에 웃음의 성격에 따라 깔깔 웃음, 허탈웃음, 폭소, 미소, 조소 등 다채롭다. 우리를 젊게 만드는 웃음이 이 중에 섞여 있다. 그 기준은 마음을 밝게 하며 새 에너지
를 주는 웃음이다. 교실에 들어오기만 하면 우는 학생이 있었다. 부모나 누나가 옆에 앉아도 그의 울음은 흐느낌으로 이어졌다. 어느 날 그에게 편지를 보냈다. 눈물을 흘리며 우는 얼굴과 밝게 웃는 얼굴을 그리고 “어느 쪽이 좋아요?”라는 한 줄의 글을 보냈다. 다음 토요일에 그는 웃는 얼굴을 동그라미로 에워싼 답장을 가지고 왔다. 그의 울음은 그쳤다. 새로운 환경이 불안하던 그는 웃음으로 이겨냈다.

웃음은 힘이 세다. 강철도 녹이는 힘이 있다. 얼키고 설킨 갈등도 한 방에 날려보낸다. “하하하, 우리 그 일을 잊어버립시다.”“후후후, 잘 몰라서 생긴 일이에요”“흐흐흐, 내 장난이 지나쳤어요.”“호호호, 혼내려고 하다가 내가 당했네요.”“하하하, 아빠 엄마가 놀랐다. 네가 그것을 혼자 해결했으니...”“호호호, 잠깐만, 우리가 왜 싸우고 있지요?” “하하하, 글쎄?” 이
게 사는 모습이 아닌가.

쓰나미는 무섭지만, 좋은 일이 그렇게 한번에 쏟아지면 어떨까?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는 말이 있다. 웃는 집 문으로 갖가지 복이 쏟아져 들어온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웃는 집’이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뜻일 게다. 아니면 온 가족이 터뜨리는 웃음의 함성일까. 하여튼 가정에 웃음이 가득하면 좋은 일이 쏟아져 들어온다니 실험해 볼만하다. 우선 ‘웃는 집에 복이 온다’고 써 붙인다. 다음에 대문이나 방문을 활짝 열어 제치고 한바탕 웃으며 새해 맞이를 하는 것이다.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촉각까지 다섯 가지 감각만을 지녔다면 얼마나 쓸쓸할까. 자극을 받아 감각이 일어나 무엇을 깨닫거나, 어떤 생각을 하거나,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웃음’이란 기쁨, 즐거움, 재미를 느낄 때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그래서 많이 웃으려면 삶을 즐기는 것이 첫째 조건이다. 가끔 궂은 일이 섞이더라도 있을 만한 일로 처리하며 오래 간직하지 않는다. 밝은 일, 감사할 일, 다행한 일, 즐거운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삶을 긍정적으로 본다. 그리고 웃음을 참거나 절약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여기서나 한국 내에서 번창하고 있는 개그의 유행은 웃음제조기의 도움이 필요한 까닭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이 삶을 재미있게 느끼는 것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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