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세가 바로 서야 신앙계승 가능”

2011-11-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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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임목사가 설교하는 영어예배’ 시작한

▶ 동양선교교회 박형은 목사

“2세가 바로 서야 신앙계승 가능”

동양선교교회 박형은 목사는“2세들을 살리지 못하면 우리 신앙의 대물림은 불가능하다"며 "영어를 사용하는 자녀 세대들이 담임목사로부터 같은 메시지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민 기자>

첫 예배 예상밖 400여명 참석 성황
분열의 역사 씻는‘회복의 목회’ 순항


41년 전통의 동양선교교회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 7월 박형은(48) 목사가 담임으로 취임한 이래 그의 겸손한 리더십 아래서 분열의 상처를 씻고 차츰 정상을 찾아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에는 ‘담임목사가 설교하는 영어예배’(본보 11월17일자 보도)를 본당에서 시작함으로써 ‘회복의 목회’가 더욱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한국어는 물론 영어, 스패니시, 포르투갈어까지 능통한 박 목사는 이날 오전 7시, 8시, 9시30분, 11시 예배에 이어 오후 12시30분 예배에 다섯 번째로 강단에 섰다. 캐주얼한 청바지 차림을 한 그는 ‘Contents of Our Hearts’라는 제목으로 파워플한 설교를 했다.


“지금은 다른 사람에게 비쳐지는 내 모습을 중시하는 ‘이미지 컬처’의 시대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질그릇 같은 우리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느냐다”라는 요지였다. ‘마음의 내용물’을 영어예배의 첫 설교 주제로 선택한 것은 2~3세들은 ‘교회란 착한 사람, 클럽 같은 데는 얼씬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가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 목사는 “인생의 막장에 떨어졌다 할지라도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을 부르시는 주님께서 우리를 반기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22일 본보 인터뷰에서 밝혔다.

영어예배는 격려차 찾아온 70~80여 한국어권 교인을 포함, 무려 400명이 참석하는 큰 성황을 이뤘다. “200명만 채워 주시면 기적이라고 믿겠습니다”라고 하나님 앞에 기도했던 교회 측이 가이없는 하늘 은총에 이날 추수감사 주일을 더욱 풍성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동양선교교회는 이전에도 타운 내 공립학교를 빌려 영어예배가 열었으나 참석자가 25~120명에 그쳤다.

더욱 고무적이었던 것은 폴 송 목사의 찬양인도로 시작된 이날 예배의 분위기. 장로들도 모두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1시간10분의 예배 내내 은혜의 강물이 본당을 휘감고 흘렀다.

설교를 5번씩이나 하는 강행군에 대해 박 목사는 “물론 몸이 파김치가 될 수도 있지만 EM(영어 목회)가 잘 되는 데 나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교회가 영어를 사용하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회중을 의미하는 ‘패밀리 채플’(Family Chapel) 그룹의 목회를 강화하게 된 것은 박 목사의 비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국어권 회중과 영어권 회중이 같은 영적 리더로부터 메시지를 듣는 일은 신앙계승에 매우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다음 세대를 살리기 위해 동양선교교회에 왔다”는 그는 “2세들을 살리지 못하면 우리 신앙의 대물림이 끊어질 수밖에 없다. 패밀리 채플이 자체 예배당도 짓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2세들의 80% 정도가 대학 졸업 후 교회를 떠나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한인 이민교회는 1세로 끝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그에게는 있다.


“1세들이 대부분 자녀들에게 영성보다는 성공의 중요성을 가르쳐 왔다. 하지만 가장 먼저 신앙을 확실하게 심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자녀들이 바로 세워지고 가정이 건강해진다”는 그의 말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이유다.

박 목사는 “패밀리 채플이 담임목사가 제시하는 목표를 그저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하나님의 꿈을 찾아야 한다”며 “하나님께서 은혜 주시면 훗날 여러 지역에 패밀리 채플을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입양한 딸을 포함 3남2녀를 두고 있는 박 목사는 내년 1~2월 네살배기 여아인 여섯째를 한국에서 입양해 온다. 그는 “우리 집에 오는 방법만 다를 뿐 모두 ‘하나님의 선물’이다. 청지기 의식이 있기에 자녀들을 똑같이 사랑할 수 있다. 새 딸이 너무 기다려진다”고 환한 얼굴로 말했다.

‘사랑은 동사’임을 굳게 믿는 그의 모습이 세계 여러 곳 기독교인들의 중보기도 후원을 받고 있는 동양선교교회가 결국은 아픈 과거를 극복하고 ‘주님의 교회’로 다시 우뚝 설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문의 (323)466-1234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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