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겨울올림픽과 내 고향 강원도

2011-09-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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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순 영(한미역사문제 연구위원)

한국의 강원도 강릉은 내가 태어난 고향이다. 강원도는 우리나라 어느 산세(山勢)보다도 높은 산이 많아 고개 길이 많기로도 이름난 곳이다. 알려진 고개만도 험준한 준령이 태백산맥을 정점으로 줄을 잇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정선에서 삼척으로 넘어가는 백봉령은 그 옛날 소금 장수들이 등짐지고 고개를 넘던 길이다.

아흔 아홉 고개로 알려진 대관령의 대관(大關)이란 이름은 고려 후기 김극기라는 시인이 ‘큰 빗장’이란 뜻으로 불리어진 이름이라고 전해져 오고 있다.
대관령은 산세가 높다 보니 사람들의 왕래도 드물었다. 발걸음도 더뎌 문화적 소통이나 물류의 교류가 쉽게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강원도의 발전이 더딘 이유도 된다. 한양에서 대관령까진 600리 길이다. 산 높이 832m길이 13Km에 이르는 구불구불하고 험준한 고개를 힘들게 오르내리고서야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만날 수 있다는 평창군과 해면에 접한 도시 강릉시가 만나게 된다. 이제 대관령은 옛날에 험준했던 고산 지대가 아니다.


대관령 목장, 고냉지 채소밭, 옥수수, 감자, 모밀 재배지로 알려졌던 넓은 초원, 목가적으로 아름답기만 했던 옛 평창은 이젠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레저타운으로 변화되었다고 한다. 겨울 스포츠인 스키를 즐기려는 인구가 늘어나고 레저 산업이 덩달아 붐을 이루면서 계절을 몰려드는 관광객을 위한 호텔과 레저 시설로 아름다웠던 평창 산하가 퇴폐산업으로 병들까 우려의 소리도 들린다. 2018년 국제 동계 올림픽이 개최되는 평창은 세계인이 주목하는 국제 올림
픽 도시로 이름나 있다.

올림픽을 위한 국제 규격의 운동시설 공사가 준비되면서 평창이 분주해지고 있다. 그뿐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가 가족인 정명훈, 정경화, 정명화 자매가 펼친 대관령 국제 음악제의 아름다운 음율이 산울림의 감동으로 대관령이 음악의 도시로 변했다. 벌써 8년째 이어져온 대관령 국제 음악제를 통해 ‘큰 빗장’으로 닫혀있던 강원도 영서지방과 영동지방이 만남과 소통, 교류의 근거지로 탈바꿈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신문에 실려 있다. 천지개벽으로 내 고향 강
원도가 변하고 있다.

넓은 길이 뚫려 옛길은 더듬어 찾아 볼 방법이 없단다.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대관령 초입 소재골에 모셔져 있는 고조할아버지 산소를 찾아 못 다한 예를 드려야겠다. 가는 길에 세계 겨울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을 들러 보면서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였던 봉평리에서 메밀 묵, 메밀국수도 먹어봐야 겠다. 가다가 허기지면 휴게소가 아닌 한적한 길 바닥에서 단지 밥을 지어 소금 반찬으로 밥도 해 먹으면서 고향길을 더듬어 걸어가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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