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석과 K팝

2011-09-09 (금)
크게 작게
민병임(논설위원)

뉴욕에 느닷없이 찾아온 지진에 허리케인 소동에, 한바탕 무언가에 휘둘려 지낸 여름이 가고 9월이 되었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음력 절기로 오는 12일은 추석이다. 아무리 미국에 살아도 한인들은 한국고유의 명절을 그냥 지나갈 수 없는 모양이다. 추석을 앞두고 한인상가가 불경기를 벗어나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고 세계 각지의 한인회도 추석맞이 행사로 분주하다.

LA 지역은 주제를 ‘세계를 향한 우리 문화의 힘, 한류!’로 정했고 풍물놀이와 한국 가수 공연, 코리안 퍼레이드가 열린다.영국 리즈 한인회는 추석맞이 바비큐와 레크레이션 프로그램, 이집트 한인회는 카이로 한국학교 사물놀이와 민속놀이, 미얀마와 피지, 우크라이나 등지에서는 한가위 동포 큰잔치를 연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뉴욕에서도 오는 10월1일 코리안 퍼레이드, 10월 8,9일에 청과협회 추석맞이 대잔치가 열릴 예정이다. 세계의 어느 곳에라도 한국인이 있는 곳에는 당연히 한국음식과 풍물, 한국 노래, 한국일보가 있다.


이민 연수가 20년이 되었건, 40년이 되었건 민속 문화가 따라다니는 것을 보면 한번 한국인은 영원히 한국인이다는 말이 생각난다. 이민 1세대로 미국 시민권을 받은 사람이나 이곳에서 태어난 시민권자라도 한국인의 뿌리를 무시할 수가 없다. 요즘 신한류로 각광받고 있는 K팝 (한국 대중가요)을 한국말도 잘 못하는 2세가 열심히 듣고 따라하는 것을 보면 그 피가 어디로 가나 싶다.
이번 코리안 퍼레이드나 추석맞이 대잔치에서도 한국 초청가수들과 한인 청소년, 타인종들이 한자리에 어울려 K팝 춤과 노래를 즐길 것이다.

2009년을 기점으로 국내가수들의 유튜브 동영상이 수억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시작된 K팝은 아시아를 넘어 유럽을 지나 중동으로, 남미로 파죽지세 밀고 갈 기세이다. 세계 각국 네티즌들은 K팝 사이트에 ‘참신하다’, ‘듣기가 편하고 좋다’, ‘아티스트들이 강렬하고 감동을 준다’, ‘한국에 대해 많은 흥미를 갖게 됐다’, ‘한국말을 배우고 싶다’는 댓글을 남기고 있다. ‘K-팝은 한국/한국인이란 언제나 북한/북한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댓글도 있다.

지난 2000년 ‘겨울연가’, ‘대장금’ 등으로 불 붙었던 한국드라마가 요즘 주춤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 막 일기 시작한 K팝 열기가 ‘소문난 잔치 먹을 것이 없다’는 것으로 흐지부지 끝나버릴 까 걱정 된다. 이미 영국 BBC나 프랑스 신문 르몽드에 빛나는 성공이면에 어린 가수 노예계약제, 철저한 기
획아래 만들어진 스타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여기서 칭기스칸을 예로 들어보자. 1,200년대에 유목민 출신 칭기스칸이 몽골의 푸른 호수에 첫 깃발을 꽂고 대륙을 통일 하고 남 러시아를 건너 유럽대륙까지 공포에 벌벌 떨게 하면서 중국문명, 이슬람문명, 유럽문명을 하나로 통일시킨 역사가 있다.

전 지구에 역참제라는 네트웍 시스템을 갖춘 이 길을 몽골인들은 800년 전의 인터넷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세계 역사상 가장 넓은 대륙을 가장 빠른 시간에 점유한 이 몽골제국이 불과 100년도 못 버티고 왜 그리 빨리 망했을까?
총포발달, 기차문명 시작, 강해진 주변국 등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바람 같은 이동의 역사 속에 잃어버린 정체성과 내분이 큰 이유일 것이다.

진정한 글로벌화 된 한류가 되려면 독창성, 다양한 스타일, 지속적인 인재 발굴 및 관리 등 끊임없는 노력과 재정 지원이 있어야 한다. 절대로 가사나 곡의 표절 시비 같은 일이 불거져서도 안된다. K팝이 장기적인 문화 콘텐츠가 되려면 무엇보다 분명한 성과, 즉 경제적 소득과 확실한 정체성이 눈에 보여야 한다. 분명한 것은 세계의 중심은 아시아, 아시아의 대세는 한국에, 그 에너지가 몰려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