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절이 하수상하니....

2011-08-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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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지난 3월에는 일본 동부 대지진이 발생했고 이번 여름 이상기온은 7월달에만 미국과 캐나다 동부지역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30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28일에는 한국의 국지성 폭우로 산사태와 홍수가 나서 수십명이 죽었다.
영국에서는 폭동이 발발, 청년들이 자동차와 건물에 불을 지르고 상가를 약탈하고 있다. 그리스, 이태리, 스페인, 영국 등 유럽의 재정 위기에 실업과 빈곤이 심화되어 터져 나온 불만이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언제까지나 짱짱하게 잘 나갈 것 같던 미국도 지난 5일 미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다드 앤 푸어스(S & 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한단계 낮춤으로써 미국 증시가 오락가락 춤을 추고 있는 중이다. 천연재해에 인재까지 매일 아침저녁 큰 뉴스가 터져 나오니 와글와글 지구가 시끄럽기 짝이 없다. 이럴 때는 머리를 식혀야 한다.


지난 주말 오랫동안 가려고 별렀던 세계최대 공룡특별전(The World’s Largest Dinosaurs)을 보러 자연사 박물관으로 갔다. 문명이 없는 원시시대로 돌아가 인간보다 수십 배 크기의 공룡 발자국을 밟고 싶었다.길이 18.3m의 실제 크기와 똑같은 초식공룡 마멘키사우루스(Mamenchisaurus) 모형은 긴 목에 다리 하나는 집채 높이보다 높고 커서 관람객을 난장이로 만들었다. 거대한 공룡의 피부는 살아 움직였고 비디오 프로젝트는 공룡의 몸안을 비추며 숨쉬고 먹고 배설하는 기관을 설명했다.직접 펌프질해 공룡의 심장이 커지게도 하고 공룡 화석을 직접 발굴 하는 간단한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면 공룡 스티커도 준다. 늘 궁금한 것이 1억 3,600만년 전에 나타났다가 긴 긴 세월 번성했을 공룡들이 6,500만년 전에 왜 갑자기 멸종되었는 가다. 과학자들은 공룡이 사라진 바로 그 때 목성 궤도에 흩어져 있던 소행성들이 지구에 날아와 부딪친 흔적이 있는데 세계 각국의 바위들에서 소행성에만 있는 이리듐(iredium)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지구와 소행성들의 충돌은 지구 위의 거의 모든 생물을 멸종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지구는 언제까지나 안전할까? 안팎으로 시절이 하수상하니 별 걱정이 다 든다. 이러다가 뭔 일이 진짜로 크게 펑 터져 지구가 저 멀리 우주 밖으로 내쳐지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우주 공간 속에는 수많은 것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특히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에 흩어져 있는 소행성들이 지구에 접근해 올 위험이 있다. 기후와 환경의 변화는 지진, 해일, 토네이토, 가뭄 이상 현상을 가져와 우리에게 지구 온난화를 경고하고 있지만 다들 내가 사는 동안 그런 일 안 일어나 하고 쓸데없는 걱정으로 넘겨버린다.

세계 최초의 우주 비행사인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호를 타고 어두운 우주 공간 속에서 빛나는 지구를 보며 ‘지구는 푸른색, 아름답다’고 탄성을 질렀다. 이 아름다운 지구가 올들어 힘들다, 그만 상처를 주라며 신음 소리를 내고 있다. 푸른 색 지구가 오렌지색으로 변할 수도 있다. 문명이 발달 할수록 더욱 많이 가지려는 인간의 욕심은 커지고 공기, 물, 자연은 더욱 훼손될
것이다. 나부터 자동차를 멀리 하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고 되도록 쓰레기는 만들지 않는, 작은 일부터 해야지 싶다. 이번 가을에는 아무래도 자전거를 배워야 할 것같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출퇴근 하면 어떨까 했더니 동료가 ‘아마 10분 출근시간이 한시간 이상 걸릴걸요’ 한다. 무서워서 버스를 피하는 것은 좋은데 원활한 교통의 흐름을 끊을 것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를 더 하면 자연사박물관 2층에 한국전시관이 있다. 유리벽 안의 양반이 왼쪽에서 책 읽고 있고 오른쪽에선 마님이 바느질 하는 모습이 20년 전과 똑같다. 한국어 안내서도 나왔는데 안방, 사랑방 구별이라도 좀 해주면 안되는 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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