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동은 삶의 활력소

2011-08-10 (수)
크게 작게
여주영(주필)

인간은 무려 40일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고, 또 사흘 정도는 물을 마시지 않아도 살 수 있으며, 심지어는 8분간 숨을 쉬지 않고도 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음식이나 호흡 못지않게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것이 있다. 감동이다. 감동이 없는 삶은 매우 쓸쓸하고 삭막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물질의 풍요 속에서도 항상 감동에 목말라 한다. 세상이 아무리 가파르고 험난해도 사람들이 숨 쉬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때때로 사건이나 영화, 드라마, 혹은 책을 통해 감동과 직접 부딪치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감동적인 이야기를 듣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칠레의 산호세 광산에 70일간 매몰돼 있다가
기적적으로 구조된 광부 33명의 이야기다. 마지막 남아있던 작업반장이 땅 위로 구조돼 나오자 TV를 통해 이 장면을 지켜본 전 세계 사람들이 감동으로 하나가 되었다.

우리가 이들에게서 감동을 받은 이유는 그들이 서로간의 끈끈한 유대감으로 암흑과 죽음의 공포 속에서 인간승리의 기적을 일구어내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현재 당면하고 있는 버거운 삶과 시련을 그들처럼 거뜬히 버텨나갈 수 있다는 용기와 격려, 도전 의식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감동이 없는 사람은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해 안타깝게도 삶의 끝자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감동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윤활유이자 활력소이다.역경을 헤치고 입신한 위인들의 이야기나, 우리가 접하는 가족이나 이웃, 직장, 사회 혹은 국가를 위해서 자기 몸을 사리지 않고 희생한 사람들의 이야기, 줄기찬 도전과 투혼을 불살라 정상에 오르는 운동선수나 문화인들의 인간승리 등은 우리에게 벅찬 감동을 주지만 타인을 생각하는 자그마한 사랑과 봉사, 배려, 친절, 아름다운 미소나 대화 등도 역시 잔잔한 감동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최근 교통사고로 사망한 한 소녀가 생전에 어머니에게 자기의 생일 선물 대신 기부사이트를 개설해 아프리카 오지의 어린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자 소녀가 죽은 후까지 감동의 물결이 넘쳐흘러 50만달러라는 거액이 모아지는 기적이 일어났다. 소녀가 시작한 작은 선행에 물결친 감동이 애당초 모금목표인 300달러보다 1,700배나 많은 기금을 모으는 성과를 일궈냈다. 감동이 주는 위력은 이처럼 대단하다. 우리가 감동을 받으면 그로 인해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되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 대
한 사랑과 배려라는 또 다른 삶의 중요한 요소를 덤으로 얻게 된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으로 점점 메말라가는 이 황폐한 세상에서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한 가닥 시원한 물줄기 역할을 해주는 이런 감동이 우리의 삶에는 너무나 필요하다.

실력이나 기술 보다는 남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 더 성공할 확률이 크다는 사실은 카네기 공대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추적조사 결과에서도 밝혀졌다. 이 조사에 응답한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에는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은 15%밖에 영향을 주지 않았고 나머지 85%는 좋은 인간관계 덕분이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즉,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일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노벨 평화상의 나라 노르웨이에서 무차별 총격사건이 일어나 무고한 청소년들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가고, 미국의 신용등급이 사상 처음으로 강등되는 등 미국 경제는 물론 유럽 등 지구촌 전역이 재정위기 공포에 휩싸이며 지진, 홍수, 가뭄 등의 심각한 자연재해는 우리가 이겨내기에 너무도 버거운 현실로 우리들의 어깨를 마구 짓누르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그래도 우리가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계속 꿈을 키워가려면 우리들의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작은 감동이라도 끊이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넘쳐나야 한다. 감동은 바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람을 변화, 회복시키며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감동을 주는 밝은 뉴스, 희망찬 스토리가 더욱 그리운 요즘이다.
Juyoung@koreatimes.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