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명현상

2011-08-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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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는 저마다 고유의 파장을 일으키며 자기의 존재를 나타낸다. 물리학에서 이것을 고유진동이라고 한다. 그러면 공명이란 무엇인가. 공명(共鳴)이란 어떤 두 물체의 고유진동 주파수가 서로 일치할 때 함께 떨리는 증폭현상을 말한다. 높은 산 계곡에서 흔히 경험하는 메아리나, 마이크로 들어 간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서 다시 마이크로 되돌아가면서 증폭된 고음(高音)이 우리가 쉽게 경험하는 공명현상이다.

공명현상이 강하게 나타나면 태풍에도 잘 견디는 튼튼한 다리도 미풍에 흔들려 무너진다. 1940년 11월 7일이다. 시속 190km의 강풍에도 까딱없이 견딜 수 있다고 자랑하던 워싱톤주 타코마 대교가 시속 70km의 약한 바람에 의해 한 순간에 무너진 일이 생겼다. 붕괴 원인을 조사한 결과 그때 불어오던 산들바람과 다리의 고유진동주파가 일치되어 나타난 공명현상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얼마 전 서울 구의동에 있는 38층 테크노마트 건물전체가 강한 지진이 발생한 것 같은 진동현상이 있었다. 사건직후 해당 관청에서 파견한 건축 전문가들이 나와 조사했지만 안전상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런데 흔들림 현상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이 다시 정밀 조사를 한 결과 그 흔들림은 공명현상 때문이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당시 테크노마트의 12층에 있는 피트니스센터에 모인 다수가 동시에 발을 구르는 운동을 했는데, 그 에너지에서 나오는 진동과 건물자체의 고유진동 주파수가 일치됨으로 지진을 방불케 하는 강력한 공명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그렇다. 인간을 포함하여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는 혼자가 아니다. 서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공명의 진동(振動) 안에 모두가 포함되어 있다. 자신이 내놓는 고유진동을 통하여 타자에게 경향을 끼치고, 나도 타자가 내놓는 고유진동을 받아들임으로 공명을 일으켜서 사회적 원자(social atom)로 살아가고 있는 너와 나인 것이다. 공명현상을 사회적 원자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후진국 빈곤 퇴치 프로그램에 제일 처음 적용한 사람은 방글라데시의 경제학자 무함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이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 중에 위대한 리더가 있다. 느헤미야다. 그는 기원 전 586년 유다가 바벨론에게 멸망당한 후 포로로 잡혀 온 유대인의 후손이다. 그가 페르시아 아닥사스다 왕의 신임 받는 측근 관리로 성공하였을 때 훼파된 예루살렘 성을 재건하고 무너진 신앙을 회복하라는 사명을 깨닫는다. 그의 사명은 컸으나 앞에 놓여있는 거침돌이 너무 많았다. 그 거침돌 중 가장 힘든 것이 공동체의 연합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원수들의 도전과 방해였다. 그때 느헤미야가 낙심하고 좌절한 동족들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공명의 힘이었
다. 느헤미야 3장을 읽어 보라. 느헤미야가 사용했던 공명의 실제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공명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연합이다. 종이 한 장도 맞들어 연합하면 가볍다. 그러나 활활 타오르던 장작불도 흩어 놓으면 바로 죽고 만다. 느헤미야는 절망과 좌절에 빠진 힘없는 동족들에게 공명의 원리를 적용하여 52일의 기적을 성취했다. 21세기는 느헤미야같이 어둡고 암울한 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그런 리더를 염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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