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름다운 미국의 산천

2011-08-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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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시인)

더위에 생각나는 사람들, 더위에 생각나는 산천들, 더위에 자라는 상치나 오이, 깻잎을 바라보며 생각나는 사람들이나 산천들을 더듬으며 일어났다 앉았다 들뜨는 마음을 쓰다듬는다. 중국에는 사람들이 있고 미국에는 산천들이 있다. 중국의 5대 성현을 말하라면 대개 공자, 맹자, 순자, 장자, 그리고 노자를 들추어낸다. 그러나 중국의 남부 사람 중에는 순자를 빼고 자사나 자하를 끼어 넣기도 하지만 사실은 이들보다는 순자를 넣는 것이 타당하다. B.C 555년에 태어나 B.C 473년에 공자가 타계한 후 약 100여 년이 지나 맹자나 자하는 성인이라 불리는 공자의 철학과 공자의 사상을 가지고 수학을 한 사람들인데 맹자는 공자의 정통유학을 계승 발전시킨 사람이어서 훗날 아성(亞聖)이라 불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자하는 공자의 사상에 맞서는 사상을 내놓으려고 연나라로 넘어간 후 자기의 본 이름을 버리고 공자의 뒷 자인 자(子)를 앞에다 놓고 자하(子夏)라고 바꾸었다. 중국의 성현들 가운데 ‘자(子)’자가 뒤에 나오는 사람들은 공자의 계열인 제자들이고 ‘자(子)’자가 앞에 사람들은 공자의 제자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는 것이다.서양에서의 고대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B.C 384년에 태어났으니 B.C 371년에 태어난 맹자보다는 형님이지만 공자에 비하면 한참 동생이다. B.C 470년에 태어난 소크라테스나 B.C 428년에 태어난 플라톤은 맹자에 비하면 한참 선배인 셈이지만 거의 동시대를 누비다가 간 사람들
이다.


살면서 무엇을 보았고 무슨 어려운 경험을 했기에 사람은 악을 가지고 태어난다 하면서 성악설을 내놓은 순자가 B.C 300년에 태어났으니 B.C 372년에 태어난 맹자를 비롯하여 중국의 5대 성현들 중에서는 가장 동생인 셈이다. 이들은 모두 생각을 하면서 한 인생을 산 사람들이다. 사람을 보고 생각하고, 산천을 보고 생각하면서 산 사람들이다. 생각이 깊으면 아름다워지고 선해진다.
중국은 성현들과 성현들의 말씀으로 그 나라가 아름답다는 것을 문학을 하면서 느껴왔고 미국은 산천으로 아름답다는 것을 여행을 하면서 보아 왔다.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 도매값같이 싸게 팔리는 것 같아 아쉽기는 해도 나도 덩달아 헐값에 구경을 할 수 있으니 좋기는 좋다.

21세기, 태평양 시대가 오면 한국이 세계를 이끄는 발전된 모범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언한 불란서의 사상가이며 25시를 쓴 작가 게오르규의 말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한국을 보면 맞을는지는 모른다. 관광산업을 발전시킨다는 명목으로 막대한 돈을 들여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시켜 가면서 오히려 관광자원을 망치는 한국의 관광정책에 마음 졸이는 산천보다는 아무도 손을 대지 않고, 또한 손도 못 대게 하는 미국의 원시적 관광 산업정책이 오히려 관광자원을 더
욱더 값어치 있게 하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있는 것을 없애지만 신은 있는 것을 있게 한다. 사람이 만든 것은 영원한 것이 없지만 신이 만든 것은 영원하지 않는가!

인생살이 도매금새로 넘어간다는 말이 있다. 도매상이란 규모도 크고 거래도 커서 장부상에는 남은 이익이 많지만 실상은 돈이 돌지 않아 돈을 빌리러 다니는 것이 도매상 주인이다. 공급처로부터, 은행으로부터 독촉은 빗발 같고 나간 물품 대는 수금이 되지 않아 허덕이는 것이 칠팔월 삼복더위와 같다. 인생은 빚지고 가는 도매업이지 않는가? 이때에 생각나는 것이 중국을 아름답게 하는 중국의 성현들이나 아름다운 미국의 산천들, 2002년도에 발행된 미국의 지도책을 또 들여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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