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산책로를 달리는 미래의 주역들

2011-08-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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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자(의사)

지난 주말에는 집에서 약10분 드라이브 거리에 있는 스태튼 아일랜드의 해변에 있는 사우스비치 나무산책로인 보드워크를 걸었다. 망망한 대서양이 펼쳐져 있는 해안을 따라 뻗어있는 나무판자 산책로는 세계 네 번째로 길은 2,5마일의 길이다.작열하는 태양아래서 활기찬 젊은이들이 자전거로 달리거나 뛰고 있다. 이곳은 17세기 중반까지는 해안을 따라 네덜란드 이민자 주민들이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다가 투기업자들의 개발사업으로 발전하여 19세기 까지는 뉴요커들이 도심지를 피해 모여드는 휴양지가 되었다. 다양한 오락시설과 예술과 문화공간이자 관광지 명소로 붐비었던 곳이었다.

그러나 바다의 오염과 공해로 몰려오던 관광객은 모두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황폐해졌다. 마침 이때는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의 해일이 밀어닥치고 있었다. 이때 1939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의 프로그램인 실직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공공사업촉진청(WPA)의 프로젝트로 나무산책로는 다시 복구되었다.독립기념일에는 이곳에서 화려한 불꽃놀이로 밤하늘을 찬란하게 수놓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도 붉은 깃발이 꽂혀있는 모래사장은 환경 오염위험 지역으로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한다. 바다는 잦은 기름유출사고와 땅에서 버리는 오염물질로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바다의 오염 찌꺼기를 걸러내어 생태계가 숨쉬는 바다로 만들고 아름다운 휴양지로 활성화 시킬 수 없는 돈
에 쪼달리는 미국 산림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나는 잠시 땀을 식히려고 나무의자에 앉았다. 어느 한 노인이 혼자 앉아서 멀리 바다 위에 떠있는 범선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아마도 이 노인도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의 초석인 사회보장연금을 받으며 생계를 이어갈 것이다. 풀어진 눈동자로 앉아있는 노숙자를 바라보면서 뉴딜정책의 빈곤퇴치와 사회보장제도는 오늘의 민초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 생각해본다.
루즈벨트의 사회보장제도에 반대했던 정치인들은 가난은 개인이 극복할 일이지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일은 아니라며 격렬하게 대립했다. 주식시장이 붕괴된 대공황 속에서 루즈벨트대통령이 취임연설에서 “우리가 두려워야 할 것은 오직 두려움 그 자체뿐이다”라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목소리는 어디로 간 것일까?

미국 의회에서 가마솥같이 끓어오르던 부채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어 디폴트 라는 위기에서 한숨 돌린 것 같다. 그러나 정부 예산 삭감의 논쟁은 아직도 뜨겁다. CNN의 한 정치분석 해설자는 미국 연방정부는 정부예산 삭감을 위해서 스트레이트 재킷(straight Jacket)을 입혀야 한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한다. 난폭한 정신병환자나 죄수에게 입혀 몸을 결박시키는 옷이다. 우리나라 말로는 긴축재정을 하려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표현보다 훨씬 거친 표현이다. 정치드라마를 펼치는 의회에서는 이보다 더 극단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다. 사망신고를 받은 미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망직전에 실시하는 심폐소생술(CPR) 응급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진정으로 경제를 살리는 만병통치약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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