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들도 한인커뮤니티 일원

2011-07-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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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병 임(논설위원)

뉴욕 주가 합법적 동성결혼을 허용한 첫날인 지난 24일 동성애 부부 수백 쌍이 결혼식을 올렸다. 뉴욕 5개보로의 혼인 사무실은 일요일에도 불구하고 모두 문을 열어 오랜 세월을 기다려 온 게이와 레즈비언 커플의 결혼 허가서를 발급했다. 뉴욕 주엔 이날 하루 823쌍이 결혼허가서 신청을 했다고 한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도 이날 시청 직원인 두 명의 남성 결혼식 주례를 보았다.

지난달 24일 뉴욕주가 동성애자 결혼을 합법화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이달 24일 정식발효됨으로서 미국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곳은 뉴욕주 외에 매사추세츠, 커네티컷, 버몬트, 뉴 햄프셔, 아이오와 5개주와 워싱턴 DC 이다.
이날 한곳에선 70대와 80대 여성이 푸른색 셔츠를 똑같이 차려입고, 다른 곳에선 50대 남성 둘이 흰색 셔츠에 초록색 넥타이, 흰색 슈트를 맞춰 입고 결혼 서약을 했다. 이들은 이구동성 말한다.“마침내 우리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권리를 갖게 됐다”, “합법적인 부부가 됐다는 사실에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기쁘고 벅차다”뉴욕에는 이런 말이 있다. ‘뉴욕에는 세 개의 성(Sex)이 있다. 남성, 여성, 그리고 게이이다’는 우스개말처럼 뉴욕에 동성애자가 많이 살고 있고 매년 6월에 열리는 게이 퍼레이드는 관광명물로 알려질 정도이니 이번 동성결혼 합법화는 늦은 감도 없지 않다.


지난 6월 26일 열린 게이 퍼레이드는 ‘2011 게이 프라이드(pride) 퍼레이드’로 열려 50여만 명이 무지개색 깃발을 흔들며 동성결혼 합법화를 축하했다. 그 전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게이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조명을 쏘아 올렸었다.

미국에서 동성애자의 정확한 숫자는 얼마나 될까? 월스트릿 저널은 지난 4월 “많은 통계학자들이 동성애 숫자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과거와 현재의 추정치 간에 엄청난 격차가 있으며 질문지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진다”면서 “이 조사는 정말 어려운 것”이라고 밝혔다. 알프레드 킨제이 조사 결과는 성인 10명 중 한명이 동성애 또는 양성애자라고 했고 이 분야 가장 저명한 사회과학자인 캘리포니아 대학 윌리엄스 연구소의 게리 게이츠 박사는 동성애 비율이 성인 인구의 3.5%일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 대상자들은 전화나 면대면 인터뷰보다는 컴퓨터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밝히는 경우가 많아 신뢰성에 의문이 간다는 점도 짚어놓았다.

한인사회에도 이미 90년대에 동성애자 모임이 만들어졌으니 우리 주변에 상당수 있어도 잘 모를 것이다. 한인교회나 한인 단체 등에서 간혹 행동이 남다른 사람이 눈에 뜨이면 그런 게 아닌가 짐작 할 뿐이다. 이는 보수적이고 강압과 편견이 있는 사회 분위기 탓이다. 동성애에 대한 찬반 입장을 떠나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행동거지로 집 밖에서 당하는 놀림과 위협, 폭력이 위험 수준이라면 이들이 너무 가엾지 않은가. 만일 가까운 이웃,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더 부드러워 질 것이다.품어주는 분위기가 되면 이들이 커밍아웃 하기가 좀더 쉬워질 테고 벽장 안, 어둡고 외로운 곳에서 나와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안그래도 뉴욕에서 소수민족으로 사는데 동성애자인 것이 더욱 불리하게 작용한다면 약자 중의 약자인 이들이 설 땅은 없다. 요즘 뉴욕 분위기도 그렇고 조만간 친구나 가까운 이의 자녀들이 커밍아웃 하면서 이들이 보내는 청첩장을 받을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뭐, 뉴욕에 살면서 놀랄 일도 아니고,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혼자서 고루하고 보수적인 틀을 깨지 못한다면 그것도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이 아닐런지. 분명한 것은 이들도 한인 커뮤니티의 일원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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