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북 공정의 맛

2011-07-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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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재 홍(목사)

10년 만에 중국에서 가장 조선족이 많다는 연변을 방문하게 되었다. 예전에 비하면 놀라울 만큼 발전했고, 한때 한국의 서울이 발전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음을 보았다. 하기야 세계 시장의 핫 머니의 25% 이상이 중국으로 모이고 있으니 말이다. 서울에 있는 많은 분들도 그 대열에서 경주하고 있음을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 것을 지나치게 지키려다 좋은 것을 잃을까 걱정이 되는 것은 과거의 문화다. 여러 민족이 함께 사는 중국은 나름대로 대우하는 듯 자치구를 만들어 자기의 언어를 사용하게 하고 또 모든 간판이나 문서도 함께 병용토록 한다. 대국다운 발상이라 생각했었다. 하기야 이번 방문을 통해서 저들의 허구를 보았다. 나름대로 그 민족이 가지고 있는 문화를 무시하는 잣대다. 획일적인 중국을 만들려는 지나친 욕심이다.


10년 전에 다녀왔기에 그냥 지나치려다 그래도 우리 선조들이 독립운동을 하느라 피와 땀을 흘렸던 곳이기도 해서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용정 중학교도 몇 개 학교가 통합되어 과거의 모습을 잊어가고 있었다. 약간은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러려니 하고 돌아섰다. 그런데 일송정에 가서는 기가 막혀 한참동안 할 말을 잃었다. 하기야 10년이면 산천도 변한다고 했지만 이는 자연적인 변화가 아니라 동북공정이란 이름아래 역사를 뭉개고 있었다.

일송정 입구에 큰 돌에 선구자의 노래를 잘 새겨 놓아 우리는 그 주위에 서서 목이 터지도록 합창을 했다. 그런데 그 돌이 없어졌다. 자그마한 정각처럼 만들어 놓고 그 벽에 작은 글자로 선구자의 노래를 새겨 두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많은 돌들이 모여 있어 가보니 돌에 새겨둔 그 모든 흔적들을 없애려고 불도우저로 다 밀어버렸단다. 한국인들이 그 지역에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흔적이 싫은 것이다. 백번 이해하고 양보하더라도 요사이는 한국 사람들이 잘 들리지도 않는데 중국 사람들이 놀러 와서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온갖 쓰레기는 다 모여 있었다. 깨어진 술병이며, 휴지며, 심지어는 사방에 변으로 덮여 있었다. 가슴이 아프고 기가 차서 어리둥절하다가 정신을 차려 주위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뿐인가 들어가는 길 하나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고, 한국에서 어떤 사람
이 카페 집을 해서 돈을 벌겠다고 큰 집을 지어 놨는데 관리가 되지 않고 이곳저곳 다 낡아 흉물스럽게 보였다.동북공정의 저의는 조선 자치구를 없애려는 술책임을 알았다. 요사이 연변지역에 많은 조선족이 빠져나가니 저 먼 지역에 사는 한족들을 강제로 이주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데 머지않아 조선자치주의 이름이 떨어질 날을 기다리며 달랑거리고 있음을 보았다. 그것뿐인가? 조선족 교회가 수천 명 모이는데 요사이 중국정부에서 접수를 하겠단다. 모든 헌금은 정부가 가져가고 사역자들은 국가가 월급을 주겠다나.

더 나아가서 우리의 영산인 백두산을 저들이 장백산이란 이름아래 큰돈을 벌고 있음을 보았다. 우리는 동북공정에 맛들인 중국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만주 벌판을 만들려고 하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우리의 말과 글과 문화를 송두리째 삼켜버린 저 중국의 숨은 계략을 보아야 하겠다. 심지어는 한글도 아리랑도 저들의 것이라고 세계에 알리고 저들 것이라 등록까지 했는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해는 아침에 다시 뜨지만 역사는 지키지 못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저들이 동북공정에 맛을 들이기 전에 이것이 아니요 라고 외치고 싶다. 힘을 합해 함께 외칠 자는 누구인지 대낮이지만 등불이라도 켜고 동지를 찾고 싶고 많이 모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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