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여름 밤의 꿈

2011-07-27 (수)
크게 작게
김근영(목사)
우리는 모두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기 위해 이 땅에 왔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꿈과 같은 세월들이 흘렀다. 불길한 꿈을 꿀 때는 이것이 꿈이었으면 했고, 좋은 꿈을 꿀 땐 이것이 생시였으면 살 꼬집어가며 꿈을 꾼 것이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세상 걱정 다 짊어지고 잠 못 이루는 이 날 밤엔 아름다운 꿈마저 꿀 수 없다면 하는 아쉬움도 없지는 않지만, 사실 잠 못 이루며 꿈을 꾸지 못하고 살아온 날들이 어디 오늘뿐인가.

이렇게 잠 못 이룰 땐 누군가가 민간요법으로 신·구약을 처방하면 잠이 잘 온다 하길래 성경을 꺼내 몇 줄 읽어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잠이 쏟아진다. 잠뿐만 아니라 그 동안 꾸지 못한 꿈까지 꾸게 되었다. 야곱의 꿈, 요셉의 꿈... 그래서 성경은 세상 어린이들 다 잠재운다는 슈벨트의 자장가, 브람스의 자장가 보다 더 효험이 있다고 생각했었다.우리의 고조부 아담과 이브가 에덴의 동쪽에서 꾼 욕망의 꿈으로부터 시작하여 요한계시록 사도요한이 밧모섬에서 꾼 황금길을 산책하면서 “이건 하나님이 내게 준 물질의 축복이며 모두
내 것이다. 제발 이게 꿈이 아니었으면” 잠꼬대를 하며 헛된 꿈에서 깰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범죄한 아담의 후손이 꾸는 욕망의 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29년 ‘프레밍’이란 영국사람은, 밤이면 밤마다 곰팡이 냄새나는 자기 연구실에서 항생제 없이 죽어 가는 수많은 병자를 위해 밤새워 실험하며 꿈을 이룬다. 그가 먹다버린 쓰레기통속에 버려진 고구마에 핀 푸른 곰팡이가 항생제가 된다는 놀라운 꿈. 결국 그 꿈이 수억의 인류를 병균으로부터 구원시켰다. 그 당시 창궐했던 매독도 이 약 앞에서는 무릎을 꿇었다 하니 그의 이름이 ‘페니실린’이었던가? 보헤미안의 방랑자, 드보르작도 우리와 같은 미국이민자였는데 그는 신세계를 꿈꾸며 작곡한 것이 유명한 ‘신세계 교향곡’이 아닌가. 개구쟁이 라이트 형제는 자기도 새처럼 날아볼려고 밤마다 꿈속을 날아다녔다. 저렇게 무거운 쇠덩어리 속에 그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제비같이 날고 있는 보잉제트여객기도 알고 보면 라이트 형제가 이미 꿈속에서 디자인했던 그것이다.


6.25사변으로 잿더미가 된 부산 부둣가에서 거지같이 울며 작별하는 4H구락부 불쌍한 고아소년들에게 귀국하던 선교사는 야속하게도 한마디 말만 던지고 배는 떠났다. “소년들아, 야망의 꿈을 가져라”였다. 그후 이 소년들이 한국을 이끄는 지도자들이 되었다.이 더운 삼복, 한여름 밤에 남을 증오하는 꿈, 시기하는 꿈, 황금길 산책하는 탐욕의 꿈, 남의 소중한 인권 매장시킬려고 돌팔매 하는 꿈, 남을 울리고 돈 빼앗는 꿈, 이런 악몽 속에서 땀흘릴게 아니라 불황 속에서 꿈을 잃고 있는 우리 이웃을 위해 꿈속에서 내가 기도하련다.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하는 시인 윤동주 심정으로 말이다. 이런 기도를 하는데 누가 ‘잠꼬대’라 할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 더운 한여름 밤을 보내니 에어컨이 고장났지만 온 몸이 써늘해 온다. 오늘밤 우리도 아름다운 꿈을 꾸어보자. 멘델스죤도 이렇게 더운 날 밤 아름다운 꿈을 꾸며 ‘한 여름 밤의 꿈’을 작곡했으리라 짐작하면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