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보 후퇴 2보 전진의 공식

2011-07-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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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한국 대선 후보자 열 명 중에 금년 여름에 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후보는 단 한 명도 없다고 한다. 그들 모두의 금년 여름은 쉴 새 없이 달리는 마라톤 경주장이 될 모양이다. 나는 가끔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사람을 쉬는 시간에 성장하게끔 만들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정신적 성장이나 남길만한 업적들은 바쁘게 뛰어다닐 때가 아니라 휴식과 독존(獨存-solitude)의 시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바흐의 웅장한 오르간 음악들은 오선지 위에서 바쁘게 손을 움직이는 그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족들이 잠든 밤중에 바흐가 숲을 산책하는 모습을 사람들은 여러 번 목격하였다. 사람들은 그를 고독한 사람이라고 오해하였다. 고독과 독존은 다르다. 바흐의 음악들은 별을 바라보며 밤과 사귀는 그 시간에 작곡된 것이다. 나는 동화를 쓴다. 컴퓨터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는 시간은 아무 것도 아니다. 컴퓨터에 앉기 전에 작품에 대한 구상에 소모되는 시간이 열 배 정도 된다.


인생은 장거리 운전과 같다. 두뇌세탁, 기분전환, 몸 풀기, 맑은 정신 일으키기 등 권태를 이겨낼 방안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휴식은 삶의 한 스타일이다. 불만에 찬 사람은 어떤 의자에 앉아도 편안하지 않다. 편안은 엉덩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결정한다. 고민하는 밤에는 자도 자는 것이 아니다. 쉰다는 것은 마음에 달린 것이며 일을 멈추는 시간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구약성서에 계명으로 제시된 안식의 법은 우선 과학자들이 전적으로 수긍한다. 7일에 하루 씩 쉬는 주기적인 휴식은 유대교인들과 기독교도들이 수 천 년 동안 전통으로 이어가고 있지만 의학적으로도 건강을 유지해주는 적절한 방법이다. 이민교회들은 주일이 전 교인을 모을 수 있는 유일한 날이어서 여러 가지 행사를 하루에 몰아서 하기 때문에 안식하는 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과로의 날이 되고 있는데 깊이 생각할 문제이다.

안식은 1보 후퇴 2보 전진의 에너지가 된다. 안식을 통하여 사람은 세파의 번뇌를 정돈할 수 있고 재출발의 힘을 비축하며 자신을 돌보는 영적각성의 기회로 삼게 된다. 화가는 붓을 계속해서 놀리지 않는다. 붓을 자주 놓아야 그림 전체의 구상과 구도 등 자신의 예술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의 국제여행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6명 중 1명이 여름휴가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그 첫째 이유는 휴가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휴가를 안 갖는다고 돈이 모여지는 것은 아니다. 메트로폴리턴 보험회사의 분석은 매년 2-3 주간의 휴가를 갖는 사원들이 휴가 없이 일하는 사람보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좋으며 의료비를 감안하면 휴가를 충분히 사용하는 사원이 회사에 이익이라고 한다.

휴가를 안 갖는 둘째 이유는 ‘일 중독’이다. 일을 안 하면 좀이 쑤시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주말이 되면 따분하고 월요일 아침에 기운이 나는 이상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일과 결혼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정신적인 불안으로서 언제나 쫓기는 기분이라고 한다.

휴가를 거부하는 셋째 이유는 경쟁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한다. 실직하지 않을까? 진급이 늦어지지 않을까? 경제생활에서 동료에게 뒤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그들은 가정불화가 잦고 직장에서 실수를 많이 범하며 약속을 자주 잊고 동료와의 마찰이 잦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항만은 배의 안식처이다. 배에게 쉴만한 곳이 필요하듯 사람에게도 안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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