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미 국민의 의무: 배심원 제도

2011-07-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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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5월 배심원 통보 출두 명령을 받았다. 흔히 생각하듯 하루 날렸구나 하는 정도로 쉽게 생각했다. 그리고 통보장에 명시된 7월 5일에 배정받은 뉴브런스윅 타운 소재 미들섹스 카운티 법원에 오전 9시에 출두 했다. 그런데 필자가 법원 출두 명령서를 보여주면서 달라지기 시작한 법원 직원들의 대우에 무언가 석연치 않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우선 필자와 같은 보라색 글씨가 써있는 통보장을 들고 온 이들을 검은 글씨가 써있는 통보장을 들고 온 이들과 분리해서 대기실에 모아 놓았다. 일반 배심원의 숫자는 족히 100 명이 훨씬 넘었는데 이들은 일반 대기실에서 호명되기를 기다리며 앉아 있으라고 법원 직원들이 안내하였다. 그런데 보라색 출두장을 들고 온 이들은 바로 법원 내부로 안내가 되어 법정에 앉아 기다리는 특권이 주어졌다. 필자도 바로 이들 특권층 중 하나였다.

젊은 검사가 두 명, 그리고 3명의 법원 경찰과 2명의 직원 등 총 7명의 법원 관계자가 제법 큰 법정에서 이들 특별 배심원 예비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필자가 포함된 그룹은 총 23명이었다. 입석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두 그룹이 법정으로 들어왔다. 배심원 예비자 숫자만 총 69명에 이르렀고 서로 안면무식의 이방인들이었지만 커다란 케이스가 걸린 것 같다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약 10분 후 등정한 판사의 설명은 일반인들의 기대와는 동 떨어진 내용이었다. 69명의 예비자들 중 23명만 배심원으로 선발된다고 했다. 그리고 선발된 23명은 살인 등 소위 ‘흥미 있는 케이스’에 배정을 받고 실제 법정 공판과정에 참여하는 일반 배심원 (Petite Jure)이 되는 것이 아니고 이런 케이스를 법정에서 다룰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특별 배심원 (Grand Jure)이 된다는 것이었다.

가장 쇼킹했던 내용은 선발되면 지금부터 18주를 봉사해야 한다는 발표에 장내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이후 호명된 명단에 필자가 포함되어 스스로도 적지 아니 놀랐다. 18주라는 긴 기간이 부담되어 의무면제를 요청했으나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이번에 선발된 특수 배심원들은 매주 화요일 하루, 18주간(7월 5일부터 11월 1일까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근무를 하게 되었다. 케이스가 많을 경우 4시 30분에 퇴근을 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저녁 약속을 하지 말라는 우울한 경고도 덧붙여졌다.

이렇게 하루 종일 근무한 대가로 일당 5달러가 지불될 것인데 점심, 음료, 통근비는 따로 지불되지 않는다는 발언에 23명 배심원 모두가 어이없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다음 주부터 미국 국민으로서 가장 신성한 의무 중 하나이며 현재 한국의 법원도 도입한 이 배심원제도를 필자경험에 비추어 연재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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