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작은 것의 위대함

2011-07-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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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

동해 바다 작은 섬 갯바위의 흰 백사장/ 나 눈물에 젖어/ 게와 함께 놀았다네
일본의 천재 시인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대표시(詩) ‘게’다. 그는 교사, 편집자, 임시 공무원, 신문 기자 등의 직업을 가졌으나 시인으로서의 강한 자부심 때문에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생활고로 아내는 딸을 데리고 가출했다. 그는 아픔을 못 이겨 목숨을 끊으려고 먼 바닷가에 나갔다. 거기서 우연히 작은 바닷게 한 마리가 흰 모래 톱 사이에 작은 집을 짓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광경을 바라보다가 삶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에게 작은 게 한 마리는 삶의 소중한 의미를 깨우쳐 준 인생의 위대한 스승이었고 그를 죽음의 계곡에서 구원한 천사였다. 흰 모래위의 작은 게 한 마리는 그를 일본 최고의 시인으로 올려놓은 아름다운 시어(詩語)의 화두가 되었다. 인생의 위대한 변화는 언제나 작은 하나로부터 시작되며, 사소한 1%의 차이가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를 낳는다.


충무공 이순신의 생애를 생생하게 기록한 김훈의 ‘칼의 노래’의 첫 문장은 이렇게 짧게 시작된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조정의 모함에서 간신히 풀려난 이순신이 백의종군해서 남해로 내려왔더니 섬에 살던 백성들은 왜놈들을 피해 다 도망가고 아무도 없는데, 노략당한 텅 빈 섬의 숲마다 붉은 꽃과 붉은 저녁노을로 붉게 물들고 있었다는 봄 섬의 풍경을 장군의 애틋한 심정에 빗대어 묘사한 명문(名文)이다.

작가 김훈은 처음에는 “꽃은 피었다.”라고 썼다고 한다. 그런데 “꽃은”이란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아 며칠을 생각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꽃이”라고 고쳐놓았다고 한다. 여기서 작가는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의 의미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단어 하나의 변화에 따라 전체의 의미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은”과 “-이”의 선택의 문제를 가지고 며칠 동안 고심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작가 정신이다.

사람은 누구나 100% 완전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가 진실로 탁월한 리더를 꿈꾸고 있다면 100%의 완성도를 향하여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과 성실성은 반드시 요구된다. 왜냐하면 작은 1%의 차이가 평범과 비범을 갈라놓고, 성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라. 탁월한 리더는 언제나 작은 일에도 섬세하고 세밀하다. 그들에겐 대강 대강의 철학이 없다. 사자나 호랑이가 왜 맹수의 왕자인가. 작은 토끼 한 마리의 사냥에도 전심전력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작은 일에도 실수가 없는 그들을 보고 뭇짐승들이 두려워 떨며 그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러므로 21세기를 주도할 리더는 사자와 호랑이 같이 담대하면서 섬세하고, 치열하면서 따뜻해야 한다.

다시 말한다. 1%의 작은 것을 가볍게 보지 말라. 때로는 1%의 실수가 100%의 실패를 부른다. ‘낮게 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서양의 격언을 기억하라. 작은 것 하나에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걸 수 있는 ‘섬세함의 대가’가 되라. 출애굽한 1세대 이스라엘 백성들이 왜 시내광야에서 멸망했나. 매일 매일 임하는 하나님의 작은 은혜를 귀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큰 것만 바라보고 원망 불평했기 때문이다.

성경을 보라. 하나님도 작은 것을 가지고 큰일을 이루신다. 천국 비유를 보면 작은 겨자씨가 자라서 큰 나무가 된다. 장정만 5000명을 한 자리에서 먹이신 예수님의 기적도 오병이어의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요즘 ‘넛지’ ‘스웨이’ ‘티핑포인트’와 같은 책이 베스트셀러다. 이 책들의 공통점이 무엇인가. 작은 것, 사소한 것이 큰일을 일으키는 원천이 된다는 것이다. 당신은 리더인가? 작은 것의 위대함을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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