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이나 남았지’

2011-07-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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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상반기가 어느새 지나고 후반기로 접어든 지도 보름이 되었다. ‘일년 중 반이나 지나갔다’는 것보다 ‘일년 중 반이나 남았지’가 더 낫겠다싶다.
하반기 들어 뉴욕과 뉴저지 일원에 다양한 규정과 법규가 새롭게 시행에 들어갔다. 뉴욕시의 미터 주차 요금과 임대료가 오르고 이 물 많이 쓰는 복더위 7월에 수도요금도 인상됐다. 뉴저지 지역의 교량 통행료도 인상되어 장거리 여름휴가를 가려는 발길을 주춤거리게 만들고 있다.

11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적자감축을 위해 현행 65세인 메디케어 수혜 가능 연령을 67세로 상향 조정하고 소셜 시큐리티 연금 인상을 억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바마 방안이 시행되면 노인 의료보장 시스템인 메디케어 수혜가능 연령이 2036년에는 67세로 올라가고 소셜 연금액은 1개월 34달러, 1년 412달러가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큰 영향은 받지 않는다 해도 누군가는 손해를 입을 것이다.


오래전 미국에 이민 올 때 후배가 한 말이 ‘미국은 할머니가 되어서도 일 해야 한다는데’하고 걱정 했었는데 ‘아무리?’ 했던 일이 진짜로 ‘의료보험료를 벌기 위해서 늙어 꼬부라져서도 일을 하란 말인가’할 정도로 나날이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있다. 이에 13일 월스트릿 저널은 재정적자 감축 문제를 놓고 여야간에 치열한 줄다리가 계속되는 가운데 결국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그 여파는 중산층에 크게 미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현재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의 10% 수준이다. 만일 이를 경제학자들이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하는 3%로 낮추려면 25만달러이상 부자들의 소득세율이 76.8%까지 올라가야한다고 한다.

그럴 경우 세금폭탄을 받은 부자들은 대부분 ‘열심히 일하면 뭐해, 3분의 2가 세금으로 나가는데 차라리 덜 일하거나 놀고 말지’ 하며 일할 의욕을 잃거나 탈세, 해외도피 등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무모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한 저소득층에게 주는 현금 복지지원, 푸드스탬프, 실업수당, 아동건강보험, 노인복지지원 등을 중단하면 아사자가 나오거나 생계 위협을 받는 실정이니 그도 손을 못댄다고 한다.그러자니 가장 만만한 것이 중산층이다. 중산층이 누구인가. 연간 3만3,500달러에서 16만3,200달러를 버는 계층으로 대부분의 한인 이민 가정일 것이다.

안그래도 우리 주위에는 성실, 착실 그 자체로 일하여 주급을 받으면 3분의 1, 혹은 절반이 뭉턱 세금으로 잘려나간다고 울상 짓는 한인들이 많다.
자, 하반기로 접어든 7월, 14일 초복에 이어 중복, 말복이 다가온다. 새해 들어 계획된 일이 틀어지고 있다면, 그것이 경제적인 이유라면 절약모드로 들어가자. 남들 다 가는 휴가라도 올해는 가지 말고 집에서 휴가를 보내자. 그래도 휴가는 굳이 가야겠다면 저렴한 항공 티켓, 가격이 좀 더 싼 숙박지로 바꾼다. 여름휴가 대신 겨울 휴가를 가는 것도 아이디어다. 앞으로 나갈 돈의 예산을 뽑아보면 무조건 지갑으로 가던 손이 주춤해질 것이다.

여름이 끝나자마자 당장 백 투 스쿨이 온다. 목돈인 학비는 차치하고서라도 아이들 옷가지라도 새로 사 입혀야 하고 용돈도 챙겨주어야 한다. 그리고 추석에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선물 등 돈 쓰는 일이 줄줄이 다가온다.나갈 돈은 많은데 들려오는 소식은 공공요금 인상에 고물가, 훗날 사회복지혜택까지 줄어든다는 소식뿐이니 복더위에 더욱 숨이 턱턱 막힐 것이다. 이 무더운 여름, 한줄기 청량한 바람 같은 소식을 상상해 보자. 갑자기 뉴욕 앞바다에서 기름이
무한정 솟아올라 기름값이 폭락하며 뉴욕시민들 전기료 공짜, 물값 공짜라는 뉴스는 없을까? 살다보니 어떻게 모든 것이 돈으로 귀결되는지?, 그래도 한때 젊은 시절, ‘돈, 재물 그 까이 꺼!’ 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로 위안 삼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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