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본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2011-07-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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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한인유권자센터 상임이사)

미국과 일본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변화)될 것인가 하는 것은 한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미래의 향방에 결정적인 요인이다. 1949년 중국의 내전, 1953년 한국의 분단 이래로 미국의 극동 정책은 일본에 기초를 두어 왔다. 일본은 처음에는 단지 미국의 군사기지에 불과했지만 차차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정치 군사적 존립 기반이 됨과 동시에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부상은 변화하는 지역적 맥락에서 미·일 관계의 내용을 바꾸어 내고 있으며 그동안 이 지역에서 미국이 구가해 온 일등적 지위를 현저하게 감소시키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전선이 다양해 질수록 일본은 자체 무력을 소유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일본은 자국의 독특한 성격과 특수한 지위에 대한 뿌리 깊은 의식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역사에는 섬나라라는 특수성이 아주 민감하게 결부되어 있으며 그들의 고유한 제국적 신화는 그
들을 가장 부지런하고 자기 절제가 뛰어난 사람으로 만들었으며 동시에 일본인으로 하여금 자신들이 특출하고 우월한 삶의 양식을 갖고 태어났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일본의 전근대사는 ‘영광스런 고립’을 통해서, 이어 19세기에는 유럽제국을 모방하여 아시아 본토에 제국을 세우고 말았다. 제국은 아시아에서 전쟁을 불러왔다. 전쟁의 결과로 만들어진 미국과 일본의 특수한 관계에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상흔이나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일본의 신세대들에게 일본의 현재 위치를 설명할 방도가 더 이상 없다.
최근 일본은 미국을 향해서 안보관련 제목소리를 내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일본에게 중국은 전통적인 라이벌임과 동시에 과거의 적국이고 잠재적으로 지역 안정을 위협하는 존재이다. 이러한 측면은 일본과 미국과의 안보적 유대를 중요하게 만들어 주는 결정적인 요인이고 이와 같은 유대감의 요구는 21세기 들어서 오히려 미국이 더 요구하는 사안이 되었다.

이와 같은 이유에는 일본 내에서는 중국에 대한 강한 문화적, 정서적 일체감과 더불어 공동의 아시아적 정체성에 대한 잠재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일본은 미국에 대해서 아쉬운 요구를 직접 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더 아쉬워서 알아서 일본의 안보를 챙기게 된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2009년. 일본의 권력이 60년 만에 교체되었다. 전범자들의 권력인 자민당이 민주당에게 패했다. 새롭게 들어선 민주당 권력은 과거에 대해서 최소의 정리를 마다하지 않는 대신에 국가의 힘만큼 지역적인 국가지위를 구가하겠다는 입장이다. 겉으로 보기엔 동경에 평화세력이 등장한 듯 하지만 미국으로부터 탈출하고 지역에서 힘을 쓰겠다는 선언이다.

한국, 미국, 일본의 3개 국가가 이제부터는 제각각이다. 지역안정을 위해서 미국의 압력이 더 이상 일본에 약발이 없어졌다. 한국을 위해서 일본의 자제를 요청할 미국의 역할이 없어진다는 것이 우리에겐 핵심이다. 그동안 한일관계에서 미국은 한국에게 아주 긴요하고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했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된 일이다. 미국서 한반도 이슈엔 늘 일본이 겹쳐있다. 워싱턴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서 일본이 과거(일본의 아시아침략)를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서도 일본은 한국인과 한국에게 스트레스이다.

한·일간의 첨예한 이슈(독도)를 피해야만 하는 이유는 워싱턴은 이유없이 아직까지 일본편이고 우리는 일본만큼 미국서 준비되지 않았다. 오직 격한 감정만 더 많이 갖고 있을 뿐이다. 일본의 전쟁범죄 부분을 미국시민사회에 폭로하는 전략이 이기는 전략이다. 미국의 손을 빌려서 일본의 뺨을 쳐야 일본이 정신을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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