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악질 보스들, 해치워버리자”

2011-07-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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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스럽지만 너무 재미있는 코미디

“악질 보스들, 해치워버리자”

닉(오른쪽 뒤부터)과 데일과 커트가 자칭 킬러 존스의 살인자문을 경청하고 있다.

★★★½ (5개 만점)

‘행오버’ 스타일의 음탕하고 저속하고 야하고 천하고 또 더러운 코미디인데 무지무지하게 재미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깔깔대고 웃게 되는 갈 데까지 다 가고도 더 간 다소 어두운 코미디로 배우들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하나 같이 음탕하고 상스럽고 또 냄새가 난다.

똥과 오줌은 말할 것도 없고 필설로 옮기기 곤란한 성적으로 노골적인 대사가 줄줄이 나오는데 그것들이 너무 지나쳐 이맛살이 찌푸려지다가도 어떻게나 우스운지 박장대소하게 된다. 세상에 이렇게 난잡하고 상스러운 영화도 보기 힘든데 상스러우면 상스러울수록 재미는 더하다.


이 영화의 또 다른 큰 매력은 세 주인공의 악질 보스들로 나오는 수퍼스타들의 파격적인 연기. 케빈 스페이시와 제니퍼 애니스턴 그리고 콜린 패럴이 기차게 사악하고 또 자기 희화적인 연기를 해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이들에 뒤질세라 제이미 팍스가 자칭 킬러로 나와 간교하고 나긋나긋한 연기를 해 재미를 배가 시킨다.

죽이고 싶도록 미운 악질 보스를 가져 보지 않은 봉급쟁이들이 어디 있겠는가. 이 영화는 이런 만유 보편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친구들인 닉(제이슨 베이트만)과 데일(찰리 데이)과 커트(제이슨 수데이키스)는 모두 악질 보스를 두었다. 재정회사에 다니는 닉은 사장 하큰(스페이시)의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준다는 약속에 하루 12시간씩 일하면서 새디스트 사이코 사장의 온갖 정신적 학대를 견딘다. 그런데 하큰은 약속을 깨고 자기가 부사장 자리도 차지한다.

치과의사 보조원으로 약혼을 한 데일은 섹스광인 보스 줄리아(애니스턴)의 섹스공격에 시달린다. 줄리아는 어떻게 해서든지 데일과 섹스를 하기 위해 진료실 문을 잠근 뒤 맨살이 훤히 드러나게 가운을 열고 데일을 유혹하는가 하면 이빨과 혀로 데일의 귓불을 깨물거나 목뒤를 핥는다. 그래도 데일이 말을 안 듣자 줄리아는 데일이 자기를 성적으로 공격했다고 고발하겠다고 위협한다.

화학제품 제조공장의 회계사인 커트는 자기를 사랑하던 사장이 급사한 뒤 사장 자리에 앉은 버러지 같은 사장 아들로 사장실에서 대낮에 섹스파티를 즐기는 펠릿(패럴-나온 배에 성긴 머리를 한 모습 때문에 패럴인지 알아볼 수가 없다)의 횡포와 인구밀집 지역에 유해물질을 덤핑하고 공들여 키운 회사를 처분하겠다는 선언에 아연실색한다.

셋은 퇴근 후 바에서 술을 마시면서 신세 한탄을 하다가 ‘다른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세 버러지들을 죽이자’고 합의한다(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의 생각이다). 그래서 셋은 흑인동네 바에 들러 킬러를 찾는다. 여기서 만난 자가 자칭 청부살인 자문가인 마더** 존스(팍스). 셋은 존스의 조언에 따라 히치콕의 ‘열차 안의 낯선 사람’ 식으로 교차 살인을 하기로 한다. 그러니까 서로 남의 보스를 죽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셋이 보스들의 집 앞에서 잠복해 그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또 집안에까지 들어가 사전 조사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온갖 악취 나고(특히 칫솔과 항문) 요절복통할 해프닝들이 일어난다. 그런데 양심을 가진 보통 사람들로 아마추어 킬러들인 셋의 계획이 제대로 실현될 리가 있겠는가.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호흡 일체가 되어 완벽한 앙상블 연기를 보여주는데 특히 혀를 찰만한 것은 애니스턴의 간악하고 음탕한 연기. 대담무쌍한 연기로 상감이다. 세스 고든 감독. R. WB.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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