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의 우선순위

2011-07-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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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부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이후 일본에서 이혼하는 부부들이 급증하면서 이혼식도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5일 로이터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대지진과 쓰나미 이후 일본에서 이혼식 횟수가 이전보다 3배 정도 늘었다.그 이유는 대지진을 계기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 출발하려는 부부들이 늘어났기 때문인데 많은 부부가 삶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어떤 사람은 가정보다 일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했고 또 어떤 사람은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지역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어서라고 했다.

이혼식은 부부가 다시 싱글이 되는 것을 기념하면서 행복한 새 출발을 서로 축하해주자는 취지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이혼식은 합의이혼한 커플들이 결혼식때처럼 정장에 드레스까지 입고 친지들과 식사를 한 뒤 망치로 결혼반지를 부수는 순서로 진행된다.이혼이 급증하면서 이혼식도 신풍속도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하는데 이 내용을 영상으로 본 기억이 난다. 헤어지는 마당에 조용히 헤어지면 그만이지 저리 떠들썩하게, 파티처럼 동네방네 광고할 필요가 있는 가 싶어 잠시 보고 말았는데 그 거창한 절차가 서로 간 감정 정리에는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블랙 정장을 입은 남편과 화려한 레이스 드레스를 입은 아내가 망치를 들고 함께 결혼반지를 내리쳐 부수는 것이 한 점 미련 없이 확실하게 끝내는 방법 같긴 했다.


요즘 일본의 풍속도가 그렇다고 하니 근 10년 전, 2001년 9월 11일 뉴욕에 9.11테러가 발생한 이후 미국 사람들의 풍속도와 자연히 비교하게 되었다.
9.11 테러 희생자들은 지상에서의 마지막 순간, 가족에게 전화하여 “여보, 정말 사랑해, 살아서 당신을 다시 봤으면 좋겠어.”, “엄마 사랑해, 사랑해.”, “여보 사랑해, 아기들 잘 부탁해” 등이었고 이 통화내용은 전 국민을 울렸다.그래서 미국민들은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연이은 테러 공포에 외식을 삼가고 음식을 테이크아웃 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가출했던 남편은 가족이 걱정되어 집으로 들어오고 이혼한 부부는 다시 합쳐지고 임신율이 높아지는 등의 신풍속도가 생겼었다.

어두워진 세상의 예측할 수 없는 불안과 긴장 속에 기댈 곳은 가족뿐이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는 것을 자각했기 때문이었다. 10년 전 9.11이후 미국인들과 올해 3.11의 일본 대지진이후 일본인들은 왜 이렇게 상반된 행동이 나왔을까를 생각해 봤다. 미국은 인재(人災)였고 일본은 천재(天災)였기에 그런 것같다. 테러는 인간의 욕망과 화가 폭발하여 인간 스스로 일으킨 재해였기에 인간이 스스로 막을 수도 있다. 인간이 일으킨 재앙, 살육, 파괴, 전쟁은 서로 이해하고 위해주고 사랑하면 방지되고 잠재울 수가 있다.

하지만 지진은 천연재해였기에 인간으로서 속수무책이다. 예측불허이니 아무리 넘치는 사람의 정으로서도 막을 수가 없다. 지진, 해일, 화산폭발, 홍수 같은 자연의 대재앙 앞에서는 인간의 미약한 힘과 지혜가 무용지물인 것이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인간이 일으킨 재해에 인간의 사랑(가족)에 기대어 견디려 한 것이고 일본인들은 인간의 한계를 느껴 우선 나, 내가 가장 원하는 것부터가 그런 풍속도를 낳은 게 아닌가 싶다.

사람에 따라서 삶의 우선순위는 신앙심, 도덕, 일, 돈, 명예, 권세, 가족(자녀) 등 모두 틀릴 것이다. 이 순위는 그 사람의 성격, 태도, 삶의 목적에 따라 달리 선택된다. 우선순위를 택할 때 그 사람은 행복해야 한다. 조지프 캠벨의 ‘신화의 힘’ 한 대목을 인용한다.‘행복을 찾으려면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잘 관찰하고 그것을 기억해 두어야 한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면 남이 뭐라고 하건 거기에 머물면 된다’ 당신의 삶에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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