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대인 미국독립전쟁 영웅

2011-07-07 (목)
크게 작게
박민자 (의사)

내가 클리닉에서 일하던 동료 중에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사람은 창백한 피부에 조각같이 단아하게 생긴 유대인이다. 그는 어느 날 나에게 뜻밖의 제안을 했다. 자신이 개업하고 있는 오피스를 자기 스케줄이 비어있는 3일 간을 빌려 쓰라는 것이었다.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으나 비유대계의 이방인에 대한 배려에 나는 감동했다. 그때부터 셰익스피어 작품인 베니스 상인의 주인공인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에 대한 편견을 버렸다.

유대인 미국이민역사는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로 시작한 한국이민역사보다 훨씬 길다. 1654년 미국에 첫발을 디딘 유대인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박해를 피해온 사람들이다. 뉴욕에 이주한 그들은 맨하탄 섬을 빼앗긴 인디언 원주민들의 거센 공격을 막는 바리케이트를 쌓는데 자금을 대주고 경비대로 적극 참여했다. 미국 독립전쟁에도 최전선에서 유대인들은 목숨을 걸고 나가 싸워 미국건립의 초석을 쌓았다.영국식민지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는 독립전쟁에는 유대인 전쟁영웅이 있었다. 그의 애국정신을 기리는 우표도 발행되었다.


우표 속에 그려진 인물은 유대인인 솔로몬(HyaymSolomon)이다. 그는 독립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동안 전쟁자금을 조달하는 재무관이었다. 우표에는 재무관 독립전쟁영웅(Financial Hero) 그리고 위대한 헌납자라는 글이 씌여져 있다. 솔로몬은 포르투갈에서 추방되어 미국으로 이주한 유대인 중개상인으로 전쟁자금이 고갈되었을 때 65만 달러의 엄청난 돈을 미국의회에 헌납했다.

미국건국의 아버지들 중 한 사람인 제4대 대통령을 지낸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은 이런 말을 남겼다. “전쟁 자금을 헌납한 유대인 솔로몬이 없었다면 독립전쟁을 끝까지 밀고 나가 싸워 승리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유대인 솔로몬은 위대한 업적을 남긴 애국지사다. 그는 독립전쟁에 그의 모든 재산을 바쳤다. 그가 죽었을 때는 빈주먹이었다.” 솔로몬은 45세의 나이로
죽었으며 필라델피아 이스라엘 묘지에 묻혔다.유대인들이 질기게 살아남는 생명의 뿌리는 무엇일까? 그들의 독특한 역사관이다. 유대민족은 길고 긴 수천 년의 고난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역사를 버리지 않는다.

유대인들은 현재를 과거와 미래로 한데 묶어 수직으로 입체적으로 연결시킨다. 그들은 피멍이 든 역사를 초석으로 오늘의 집을 짓는다.유대인 아이들은 유대인 예배당(시나고그)에서 기도만 드리고 안식일만 지키는 것이 아니다. 아
이들은 율법학자들이 집대성한 수천 년의 이스라엘 고난의 역사와 지혜를 배운다. 금융계와 최첨단 IT산업, 언론을 거머쥐고 노벨 수상자들을 쏟아내고 백악관에 입성한 핵심인물을 배출해 내는 유대인 파워 네트워크의 원동력은 그들의 피눈물 나는 생존전략이다. 그들은 젖과 꿀이 흐르는 제2의 가나안 땅인 미국에 정착한 것이 아니라 피를 뿌리며 황무지를 개척했다.

전쟁영웅 솔로몬은 자금력, 조직력을 총동원하여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원동력으로 처절하게 싸운 독립투사이다. 덕분에 오늘 유대인의 후예들이 미국의 대세를 쥐고있는 주류사회 WASP 계층으로 편입하게 되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