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민자로서의 긍지

2011-07-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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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한인유권자센터 상임이사)

1965년의 이민법은 1920년대에 제정된 대단히도 인종차별적인 국적별 할당제도를 폐지했다. 이민자는 크게 늘어났다. 할당제도가 있을 당시 연간 약 7만 명이었던 이민자의 수가 1970년대 초반엔 연간 40만명, 1980년대 초에는 60만 명, 1989년에는 100만 명을 훨씬 넘었다. 1991년 1월 걸프전이 시작되었다. 세계 전역의 시청자들이 넋을 잃고 지켜보는 가운데에 역사상 최초로 스텔기에서 발사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고성능 폭탄과 미사일들이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항법시스템에 의해 유도되어 각종 공격 목표를 차례차례 파괴했다. 순식간에 이라크를 점령했다. 미군의 사망률은 극히 낮았다.

‘사막의 폭풍작전’은 미국 공군이 지구상의 그 어떤 군대보다 몇 광년은 앞서 있음을 입증했다. 당시 미국이 이처럼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우위에 도달한 것은 군사력만이 아니었다. 1980년대에 미국은 기존의 생산력에 유럽 최대의 경제 강국인 서독의 ‘전체생산력’을 앞지르는 생산력을 ‘추가’했다. 1980년대에 팽배했던 우려인 ‘미국의 산업이 일본과 혹은 통합된 유럽과 경쟁할 수 있을까?’는 기우에 불과했다. 1990년대에 이르러 미국의 경제는 세계 모든 나라들을 경이적으로 앞질렀다. 21세기가 시작되자 미국의 국내총생산은 현재 가치로 따져서 세계 총생산고의 1/3, 일본과 중국 경제를 합친 규모의 두 배, 제국주의 전성기 당시 영국이 세계 총 생산고에서 차지했던 비율의 3배를 넘어섰다.


미국은 세계화를 통해서 가장 큰 이득을 얻은 나라이다. 세계화의 가장 큰 노하우는 다양한 인종에 있다. 1965년도 개정한 이민법에 의해서 물밀듯이 전 세계로부터 유입된 이민자들 덕분에 21세기 역시 세계는 미국의 손안에 있다. 1990년대에 월마트, 나이키, 맥도널드, 엑슨모밀, 코카콜라, 디즈니 등의 미국 기업들은 미국내 다양한 인종들에 힘입어서 지구상에 유포된 반미정서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세계경제를 지배했다. 달러는 세계의 지배적인 화폐였고 영어는 지배적인 언어였으며 미국의 문화는 가장 많이 모방되는 문화였다. 20세기가 끝날 무렵, 러시아는 대혼란에 빠져들었고 유럽은 침체되었으며 일본은 후퇴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미국은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심지어는 문화적으로도 경쟁할 상대가 없었다.

21세기 들어서도 꾸준히 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잡게 된 요인은 바로 ‘기술전쟁’을 독점적으로 주도했기 때문이다. 1980년, 90년대에 미국이 누렸던 경제호황에 직접 연료를 공급한 것은 ‘컴퓨터 시대’와 ‘실리콘 벨리’였다. 이 두 가지는 새로운 정보 기술이 눈부신 속도로 활용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했다.

미국이 오늘날 초강대국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관용적인 태도 덕분이었다. 다시 말하면 전 세계적으로 귀중한 인적 자본들을 흡수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덕분이다. 21세기가 미국과 중국의 G2시대라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관용’이란 측면에서 중국은 미국과 본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고 단언한다. 중국은 오랜 기간 외국인 혐오와 자민족중심주의에 사로잡혀 있었고 더구나 최근엔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반대파에 대한 강경한 분쇄정책을 쓰고 있는 것이 세계의 최강국으로 될 수 없는 요인으로 든다.

미국이 계속해서 세계를 주도하려면 더욱더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이민자에 대해서 폭 넓은 개방정책을 써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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