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가족이 해야 할일’

2011-06-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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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 (취재 1부 차장대우)

지난 달 정범진(미국명 알렉스) 뉴욕시 형사법원 판사가 벤처 여왕으로 불린 웹젠 전 사장 이수영씨와 결혼 7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는 소식<본보 6월10일자 A8면>이 전해졌다. 정 판사는 교제기간 동안 회사 공금 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민·형사 소송에 시달리던 이씨가 자신의 도움으로 문제가 해결되자 이후부터 자신이 있는 미국을 찾지도 않고 제대로 보살피지도 않았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3월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과 함께 혼인 파탄의 책임과 관련해 이씨가 정 판사에게 위자료 3억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물론 개인의 이혼사에 대해 타인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기도 힘들뿐 아니라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이씨가 먼저 정 판사에게 구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편의 순애보로 미화되기도 했었던 ‘아름다운 결혼’의 이렇게 끝난 것은 개인적으로 큰 아쉬움이 남는다. 본 기자는 2005년 취재를 위해 정 판사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정 판사는 부모와 함께 브루클린 소재 조그만 2 베드룸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보관 장소가 부족해 천장에 자전거가 매달려 있는 집안 내부를 살펴보며 “500억대의 자산을 가진 아내가 왜 남편을 이렇게 살게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며느리인 이씨가 오늘 저녁 뉴욕을 방문한다며 들뜬 마음에 결혼식 사진을 보여주던 정 판사의 어머니에게 본 기자는 끝까지 이유를 물어보지 못했다.


성공한 사람들 뒤에는 언제나 그들을 위해 헌신한 가족들이 있다.
장애인으로 자신의 역경을 이기고 일반인도 올라가기 힘든 판사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정 판사의 곁에는 그를 위해 헌신한 가족이 있었다. 그 가족은 바로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미국 이민을 택한, 지난 10년
간 아들의 손발이 돼 준 정 판사의 아버지, 어머니다.

지난 이혼 재판에서 정 판사가 자신의 재산을 노리고 결혼했으며 재산 분할에 실패하자 일방적으로 이혼을 통보했다고 주장하는 이씨가 지난 7년간 어디서 어떻게 남편을 위해 헌신했는지 지금은 꼭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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