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정한 미인이 되려면

2011-06-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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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서울에 다녀온 한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그곳의 여자들이 너무 예쁘다는 것이다. 실제로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 말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젊은이든, 중년이든 한결같이 얼굴이 아름답고 몸매가 날씬하며 옷매무새도 세련돼 있었다. ‘뉴욕 촌사람’ 눈에는 모두가 배우나 가수 같은 연예인으로 착각될 지경이었다. 한국이 ‘성형수술의 천국’임은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에 가보면 금방 수긍이 간다. 성형외과병원이 거의 한집 건너 꼴로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한국인만이 아니라 주변 아시아국가는 물론 미국에서도 적지 않은 한인여성들이 세계최고 수준의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성들의 본능적인 욕망이다. 모두가 죽을 때까지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며 반드르르 해 보이도록 노력한다. 그러다가 주름이 조금만 보이면 이내 절망하고 탄식한다. 성형수술이 유행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이다. 이곳 한인사회에도 성형수술의 ‘선구자’들이 있다. 얼마 전에 한 중년 가정주부가 통통해진 입술과 도툼해진 귓밥을 자랑하듯 보여주었다. 이미 오래전에 한국의 성형외과를 찾아가 유명
연예인 아무개처럼 만들었다고 한다. 눈 쌍꺼풀 수술은 그보다도 더 일찍 받았다고 귀띔했다.

당시는 한국에서도 성형수술이 연예인들의 전유물로 치부됐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한국도 아닌 미국의 평범한 주부가 그처럼 적극적으로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소리를 듣고 내심 적지 않게 놀랐었다. 얼굴에 칼을 세 번씩이나 댔다는 사실이 왠지 섬뜩했다. 요즈음은 어디든 여성들이 할 수만 있으면 성형수술을 받으려고 한다. 요사이 한국 TV 드라마를 보면 여성 탤런트들이 구별이 잘 안될 정도로 혼선을 빚는다. 그 얼굴이 그 얼굴로 개성이 없어 한참 보면 곧 싫증이 난다. 그런데도 이들을 닮기 위해 수많은 여성들이 성형수술을 받고 있으니 거리에 똑같은 여자들이 홍수를 이룰 수밖에.


아름다운 여성의 기준은 시대와 나라와 문화에 따라 다르다. 둥근 얼굴에 큰 눈이 각광을 받는 때가 있었고 갸름한 얼굴에 가느다란 눈이 튈 때가 있었다. 그러나 영원히 변치 않는 미인의 조건은 마음과 생각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성형수술로 얼굴을 아무리 뜯어 고치고 화장술로 예쁘게 꾸민다고 해도 내면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가 없는 사람은 미녀는 될지 모르지만 미인은 될 수 없다. 요즘 미인대회에서도 얼굴만 예뻐 가지고는 미인의 반열에 들지 못하는 것을 본다. 얼굴이 예뻐야 하는 건 기본이고, 지성미와 개성미가 풍겨 나와야 한다.

누구든지 자기 용모의 미흡한 부분을 성형수술로라도 뜯어 고쳐 마음에 기쁨이나 위안을 얻는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주름은 자기가 걸어온 인생길의 당당한 이정표요, 훈장일 수 있다. 더구나 성형수술후 얼굴이 반드시 더 예뻐지는 것도 아니다. 수술이 잘못되거나 예상못한 부작용으로 얼굴이 전만 못해지는 경우도 있다. 영화 ‘로마의 휴일’로 일약 세계적 스타가 된 오드리 햅번은 누가 봐도 청초하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얼굴에서만 나온 게 아니다. 평생 아프리카 오지의 불쌍한 어린이들을 돌본 자선과 봉사정신이 그녀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고 전세계인으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만들었다. 그녀가 생전에 자녀에게 들려준 감동적인 글은 미(美)를 추구하는 모든 여성들에게도 영원한 가르침으로 남았다.

“아름다운 입술을 가지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봐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네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결코 너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하라/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하루에 한 번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중략…/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며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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