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쟁 영웅들

2011-06-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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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전쟁 이야기를 해보자. 나라를 위한 전쟁에 나가서 죽으면 훈장이 추서되고 고향에서, 나라에서 매년 기념일이 되면 그를 위해 묵념하며 기린다.
6.25 한국전 61주년이 된 지금도 사망한 미군의 유해가 종종 북한이나 한국에서 발견되어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 5월 커네티컷 기자가 보낸 이메일을 열어보니 화사하게 웃는 젊은이 사진이 함께 들어와 있었다. 그는 19세 나이에 한국전에 참전, 부상을 당하여 병원에서 치료후 다시 북한 원산 전장으로 갔다가 전투 중 행방불명된 프리모 칼나브치 병장이었다.

61년 만에 올드 세이브룩 집으로 돌아온 프리모 병장의 유해가 실린 마차가 시내행렬을 하자 타운의 초등학교 어린이는 물론 온 마을 사람들이 ‘웰컴 홈’ 플래카드를 들고 그를 환영했다.부상당해 병원에 있던 때 찍은 생전의 마지막 사진은 61년동안 거실 한복판에서 프리모의 가족들과 기쁜 일, 슬픈 일을 함께 나누고 있다고 했다. 누렇게 바랜 흑백 사진 속의 프리모 병장은 긴 세월을 돌아와 평생을 기다리던 부모님 곁에 안장 됐다.

최근 미 역사상 최고의 전쟁 영웅 16인이 선정된 일이 있다. msn.com이 메모리얼 데이를 맞아 선정한 16인의 전쟁 영웅 중 미주 한인 김영옥 대령이 소수계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김영옥 대령은 1919년 LA에서 태어난 한국계로 2차 대전에 참전한 후 예편했으나 한국전쟁이 터지자 재입대하여 미국역사상 최초의 아시아계 야전대대장이 됐다. (재미언론인 한우성 저 ‘영웅 김영욱’ 참조) 나머지 15명에도 한인들이 비교적 잘 아는 인물들이 많다. 초대 미국대통령인 조지워싱턴, 남북전쟁당시 남군 총사령관 로버트 리 외에 6.25와 연관 깊은 인물들이 다수 선정되었다.


그중 더글러스 맥아더는 일본의 공식 항복을 받은 장본인으로 한국전쟁 때 유엔군 총사령관으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켜 일거에 전세를 뒤집었으나 한국전쟁 수행방식을 놓고 트루먼 당시 대통령과 불협화음으로 해임된 후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또 미 34대 미대통령으로 한국전쟁을 종식시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한국전쟁 초기 대전 방어전 때 북한군에 포로가 되었으나 대전 방어전을 잘 치른 공로로 미국 최고 무공훈장을 받은 윌리엄 딘 등 한국전쟁과 연관 있는 영웅들이다.오는 25일은 6.25한국전 발발 61주년이 되는 날이다.

가까이는 맨하탄 배터리팍의 한국전 기념비부터 워싱턴 DC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까지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바친 수만 명의 미국 젊은이들을 기리고 있다. 판초 우의를 입은 19명의 한국전 참전용사 조각상 바닥에는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지켜달라는 부름에 응한 미국의 아들, 딸들을 기리며...’라는 헌사가 새겨져 있다.우리들은 타주로 여행 갔을 때 작은 타운, 대학 캠퍼스 기념관 혹은 루레이 동굴 안의 기념동판에 새겨진 한국전쟁에서 죽었다는 청년의 이름을 대할 때 숙연해진다. 마치 나 때문에 죽은
듯, 한인으로서 미안함과 감사함을 느끼며 묵념을하게 된다. 무명용사의 묘비를 대할 때는 더욱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워싱턴 알링턴 국립묘지의 이름 없는 미군 병사의 묘에 새겨진 ‘신만이 아는 한 미국병사, 명예롭게 여기에 잠들다’ 는 글귀는 숭고하다.
6.25 한국전에서 실종된 미군은 8,000명 이상이라 한다. 아직도 남과 북의 이름 모를 산야에서 잠을 자는 무명용사들, 그들이 한사람도 남김없이 고향의 품에 안기기를 바란다.유해는 물론 군인 인식표를 아무 것도 못 찾고 그야말로 모든 것이 흙으로 돌아갔을 지라도 그들이 남긴 뜻은 살아남은 자에게 전해진다. 자신과 가족에게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면, 그래서 하나 밖에 없는 삶을 마감했다면 그들 모두 영웅이랄 수 있겠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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