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환경공해 vs 인간공해

2011-06-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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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예전에 한국에선 공중전화기 앞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한국이 이젠 남녀노소 누구나 셀룰러폰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개나 소도 핸드폰을 들고 다닌다는 우스개가 있다. 한국은 이동통신보급률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고, 인터넷 속도도 가장 빠르다. 반세기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다.과학과 기계문명의 발달은 현대인에게 엄청난 생활의 편리함을 주었다. 하지만 생활환경에는 오히려 파괴를 가져왔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오존층이 파괴되고 지구 온난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남북극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일본열도가 물에 잠긴다는 가설이 힘을 받고 있다.

한국은 80년대 이후 지구촌 사람들이 놀랠 정도로 빠르게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면서도 자연환경의 피폐현상은 다른 나라들보다 덜 심각한 편이다. 반세기 전만 해도 헐벗었던 산들이 모두 푸른 숲으로 덮여 있고, 전체 인구의 3분의2가 몰려 있는 서울 한 복판을 흐르는 청계천에 잉어가 산란을 위해서 떼 지어 올라오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이 하천은 썩은 물이
었다.그러나 한국인들은 환경공해 아닌 ‘인간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강산이 여섯 번 바뀔만한 세월이 흘렀지만 한반도는 아직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갈수록 위협이 더 커지고 있다. 수백만명을 굶겨죽이고 인권을 짓밟으며 핵무기로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막무가내 북한의 김정일 일당이 그 인간 공해의 소스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전례 없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3대세습을 강행하며 인민을 전보다도 더 옥죄고 있다. 적대계층으로 낙인찍힌 사람들 중 60%가량이 지옥 같은 정치범 수용소에서 끔찍한 삶을 살다가 비참하게 죽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무고한 인민들에게 무자비한 고문, 처형, 생체실험, 강제노동 등을 자행하며 인권을 짓밟는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같은 무력도발로 남한의 평화와 안정도 호시탐탐 깨트리고 있다. 이들이 야기하는 ‘인간 공해’는 환경공해 못지않게 사람들을 불안과 위기의식으로 몰아넣는다.


오는 25일은 6.25동란 제 61주년이다. 수많은 희생자뿐 아니라 생존자들의 마음에 큰 상흔을 남긴 한민족 최대의 동족상잔 전쟁은 3년간 전 국토를 황폐화시켰다. 한국군 13만여만 명과 유엔군 4만여만 명 등 17만 명 이상의 전사자를 냈고, 민간인의 피해규모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컸다. 그 전쟁이 어언 환갑을 넘겼지만 우리 민족은 불행하게도 여전히 그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국가 한반도, 남북한 민족이 마음대로 오지도 가지도 못하도록 그 허리에 군사분계선이 가로 쳐져 있다. 통일의 그날이 언제 올지 모르지만 우선 그 허리를 중심으로 한 남북한 양쪽 비무장지대(DMZ)에 평화의 숲이 조성되고 그 숲 속에 평화의 꽃이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계적인 어린이 환경운동가(green hero) 한인 2세 조너선 이(14)군이 이 군사 분계선에 ‘평화의 숲’ 건설을 지난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제의하고 나섰었다. 이 운동은 당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국전쟁의 영구종식과 한반도의 비핵화를 제의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었다. 지난 2007년 처음 지구 온난화 이슈를 다큐멘터리로 ‘Go Green’이란 타이틀의 판타지 동화를 만들어 홈페이지에 연재,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정계인사들의 큰 관심을 모았던 조너선은 이번에 또다시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친필 격려편지를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편지에서 “당신 같은 젊은이들이 사람들에게 영감과 함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준다”고 치하했다. 조만간 비무장지대에 녹색공원이 조성돼 한반도 통일은 물론 지구촌의 평화유지에 한 몫 할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한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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