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통령의 자서전

2011-06-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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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교육가/수필가)

그동안 여러 위인들의 자서전을 읽었지만 이 나이에 두 권으로 된 130쪽에 달하는 한국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게 된 것은 나에게는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인 동시에 일제 강점기부터 2009년까지의 우리나라의 역사(정치사)로서 내가 잘 몰랐던 사건들을 구비 구비 바르게 일깨워주고 알려주었다. 거의 자서전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그에 대해 너무나 많은 것을 모르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1권에서는 섬마을 소년에서 청년 실업가, 젊은 정치인, 그리고 사형수를 거쳐서 대통령이 되기까지이고, 2권은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퇴임, 그리고 서거 직전까지의 기록이 감동적으로 펼쳐졌다.수 십 년간의 개발 독재가 곪아터진 시점,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를 정착시켜야 하는 시기, 탈 냉전 이후 남북 관계의 전환점 그리고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 왔던 밀레니엄의 시기에 그는 대통령이 되었다.


수평적인 민주정권 교체를 이룩한 그는 IMF의 외한 위기를 잘 넘겼고, 남북 관계를 크게 진전시켰으며, 노벨 평화상이란 큰 영광을 본인 자신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에 안겨주었다.그는 많은 나이에 대통령에 당선되어,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 했고,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수많은 인터뷰, 기자회견, 강연을 하면서 가는 곳마다 청중들을 감동시켰으며, 이 모든 일들을 실수없이 잘 해 내었다. 이 자서전을 출판하기 위해 그가 빈틈 없이 치밀하게 준비한 자료들에 대해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를 감동시킨 사건 중 하나는 1980년 사형에서 석방되어 제 2차 미국 망명 때, ABC 방송 프로그램 <나이트 라인>의 진행자 테드카플과 영어로 하는 대담에서 크게 성공했던 사건과 1992년 대통령 선거 낙선 후에 캠브릿지 대학에서 유학할 때의 일화이다. 옥스포드 대학에서 강의를 마치고 여러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는 가운데 한 일본 학생의 질문을 멋있게 답변하여 청중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고, 강의 후에 그 학생으로부터 사과 받는 내용은 정말 시대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킬만한 내용이었다.

파란만장한 삶을 마치고 간 그는 이제 아무 말이 없다. 하지만 “나에게 두려운 것은 역사의 심판이다. 역사는 정의의 편이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생전에 그가 외쳤던 소리가 지금 이 순간 우주 공간을 메아리쳐 나의 귓가를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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