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K-pop

2011-06-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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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병 렬 (교육가)

그 날 파리는 한국이었다. 아니 유럽이 한국이었다. 한국 아이돌의 공연을 보려고, 유럽 각지에서 모인 관객들의 환영 열풍이 천지를 흔들었다. 주로 청소년 소녀 관객들이 공항이나 공연장 부근에 모여 한글로 된 플래카드를 흔들며 아이돌의 노래에 맞춰 댄스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아이돌의 매력은 개인의 재주자랑이 아니고, 각 그룹이 일제히 뿜어내는 열기와 아름다움에 있다. 출연자들조차 당황할 정도의 환영은 파리가 한국이었다고 할 수 밖에.

왜 그들은 아이돌의 공연에 흥분하는 것일까. 마치 한 때 비틀즈가 세계를 흔들었듯이 K-pop 물결이 도도히 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텔레비전이나 그들의 실제 공연 무대를 보면서 느꼈다. 젊다, 건강하다, 음악과 댄스 의상 스테이지 연출이 다양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볼거리, 들을거리, 느낄거리가 풍부하다. 그들은 출연을 거듭할수록 세련미를 돋우면서 한국문화를 전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아이돌의 공연이 한국문화의 진수는 아니다’라는 의견이 있다. 맞는 말이다. 그들은 대중문화를 알리고 있다. 자장면이 중국의 고급 음식인가. 비틀즈의 음악이 전통적인 고전음악인가. 일본의 소니제품이 고급품인가. 미국의 햄버거가 고급 음식인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예술 영화인가… 등을 보면,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대중성은, 예술성 여하에 관계없이 세계를 휩쓸면서 즐거움을 주고 있다.

요리를 먹을 때 입맛을 돋우는 전채가 있다. 우리는 전채를 먹고 나서 중심이 되는 음식을 더 맛있게 먹는다. 아이돌의 대중음악은 한국문화의 전채 역할을 한다고 본다. 그들의 공연을 재미있게 보고, 그들의 노래와 댄스를 따라 해보면서 한국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 나라일까, 한 번 가보고 싶다...등 관객인 그들의 흥미와 관심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오랜 기간 한국학교 일을 보면서 안타까운 일은, 이 지역의 생활 환경이 바람직한 성과를 올리기 힘든 현황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즉 교육방법이 좀 더 개방적이고, 창의적이고, 즐거운 생활이 되길 바란다. 예를 들면 한국역사를 만화로 배우기, 수저 사용법을 소꿉질로 배우기, 아이돌의 흉내 내기, 미국노래를 한국말로 번역하여 부르기, 좋아하는 그림에 한국말로 설명 써 붙이기, 서예와 그림 전시회, 내 자랑하기, 한국음식 만들기, 서로 한국어 가르치기...등을 실천에 옮길 수 있겠다. 삶이 하나의 긴 놀이라면, 배운다는 것도 놀이의 하나가 되지 않겠는가.

세계로 퍼져나가는 아이돌의 공연이 성공적인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노래와 댄스가 즐겁다, 노랫말이 청소년의 심리상태에 맞는다, 댄스가 단조로워서 따라하기 쉽다, 강한 박력이 있다, 서로 노래와 댄스를 공유하는 것은 친구가 되는 길이 되어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문다. 이런 것이 합쳐진 분위기는 세계인을 뜨겁게, 즐겁게 한다. 어린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교육을 한다고 책상 앞에 앉히고 책을 읽으며 가르치는 방법은 지난 시대의 유물이다. 실제로 김치를 담가서 맛보는 놀이가 효과적이다.

긴 설명보다 몸에 익히면서 전하는 방법이 좋다. 그렇다면 가정의 일상생활이 교과서이다. ‘엄마하고 같이 김치를 담그자’ ‘나하고 같이 부채를 만들어서 전기가 필요 없는 시원한 바람을 만들자’ ‘색종이로 한국인형을 만들자’ ‘내가 묻는 말에 예, 아니오로 대답하기’ ...등의 놀이를 하면 집이나
학교가 긴 여름방학을 즐겁게 한다. ‘오늘은 다 같이 우리 아이돌의 흉내를 내자’ 온 가족이 노래와 댄스를 하면서 즐기자.

아이돌의 노래와 댄스가 세계를 즐겁게 하고 있다. 그들은 식사의 전채 역할을 하면서 한국문화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의 젊음이 파란 훈풍 되어 가는 곳마다 갈채의 도가니를 만들고 있다. 너희에게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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