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 어찌 우리 이날을 잊으리!

2011-06-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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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철 우(자유기고가)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중략/ 이 노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환갑이 넘은 노년층이며 6.25 전쟁에 참전한 용사들은 팔순을 넘은 고령이다. “오마니, 오마니, 나이먹지 마소서. 일 년에 두 번씩 내가 오마니 나이 까지 함께 먹겠소.” 남북이산가족 상봉 때 사라지는 세월을 붙잡지 못하고 매정한 세월만 한탄했던 북쪽 시인의 애달픈 시(詩) 한 구절이다.

역사적으로 19세기 들어오면서 서구 사상의 두 조류는 관념론(觀念論)과 유물론(唯物論)이었다. 이 두 사상으로부터 나온 것이 오늘날의 개인 자본주의제도와 사회공산주의제도이다. 존재가 의식에 의하여 규정된다고 보는 관념론은 부르조아 철학이며 반대로 의식이 존재에 의하여 규정된다고 하는 유물론은 프롤레타리아트의 철학이다. 이 세상 혹은 인간의 삶이란 물질이 근본이 되는 것도 아니요, 정신이 근본이 되는 것도 아니다. 물질이라는 것은 정신이 있기 때문에 있는 것이요, 정신이라는 것도 물질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상대적 개념이다. 이런 대립 관계 사이에 끼어서 우리민족은 세계 제2차 대전이 끝나면서 일본으로부터 해방의 기쁨도 채 가시기 전에 좌익, 우익으로 찢어지면서 엄청난 혼란 속에 피바람을 몰고 오더니 6.25 전쟁이라는 오점을 역사에 남기게 되었다.

유물론을 지향했던 북쪽은 세습적 권력유지를 지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신론을 주장하며 정신적 종교의 자유를 박탈하고 물질적 풍요에만 초점 맞추어 천리마운동, 별보기운동, 같은 노동 생산에 국민을 혹사시켰다. 그럼에도 시간이 갈수록 국민들은 왜 기아선상에서 헤매는가? 관념론을 지향했던 남쪽은? 부족했던 물질이 시간이 갈수록 넘쳐나 사치와 낭비 쾌락주의로 몰고 가 젊은이들이 무엇이 진정 자유인지,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물질 만능주의에 빠져들면서 온갖 비리가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가장 신성해야 할 종교, 그 속에서도 종교적 자유를 핑계 삼아 온갖 비리가 일어나고 있다.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도 벌써 22년 전이다. 월남과 배트남. 그들도 통일을 이루었다. 중국도 이념을 초월한 등소평의 개방정책에 힘입어 세계 경재강국으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런데 왜? 한국만이 역사의 쳇바퀴를 반대방향으로 돌리고 있는 것인가? 우리 젊은이들은 6.25를 61년 전 흘러 가버린 불행한 유산으로만 생각지 말고 남과 북이 어떻게 화합해서 통일을 성취시킬 수 있을까? 낡은 틀 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틀을 만들어 연구하고 노력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강 물과 대동강 물은 오늘도 말없이 힘차게 흐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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